새마을중앙회장 퇴임…"정부가 바뀌었기에 물러나는 것이 순리"
세대보완 위한 구체적인 활동 전개 등 대전발전 위한 일 앞장
"이장우 정치·행정 경험…비판·다양성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평가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 대전 선화동 '공간 소이헌'에서 대전일보와의 인터뷰 중 활짝 웃고 있다. 최은성 기자

대전에서 젊은 세대에게 선화동 일대는 '선리단길'로 불린다.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떠나간 뒤 '예술과 낭만의 거리'를 조성하며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 및 식당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역경제 및 상권 침체를 막고, 건물을 보존해 새로운 감성을 창조해내며 기성세대에겐 향수를, 젊은 세대에겐 새로움을 준다. 과거의 것을 그대로 옮겨오지 않고 현대에 맞게 재창조한 '뉴트로'인 셈이다.

옛 것의 향기 속 새로움도 물씬 풍기는 '공간 소이헌'도 그랬다. 새로운 분위기를 찾아온 청년은 물론, 동네 어르신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었다. 마치 치유되는 듯한 이곳에서 우리의 기억 한 켠에 자리한 이를 만났다. 3번의 대전시장을 역임한 염홍철 전 대전시장이다.

최근까지 새마을중앙회장으로 활동한 그는 기성세대나 젊은세대 모두에게 지역 대표 정치인으로 각인돼 있다. 그 역시 아직까지 '시장님'이란 호칭이 익숙하다고 했다. 새마을중앙회장 퇴임 후에도 대전발전에 무한 책임을 느끼며 대전을 떠나지 않고 있다. 지역의 어른으로서 길을 비추는 그에게 대전의 내일, 그리고 충청의 길을 물어봤다.

다음은 염 전 시장과의 일문일답.

△ 새마을중앙회장을 퇴임하며 당시 SNS에 '자존감과 새마을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 물러난다'고 했다. 염홍철에게 '의미있는 길'은 무엇인가.

- '새마을을 물러나면서'에서 밝힌 것처럼 누구도 제 거취를 거론한 적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제가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다만 이것이 오히려 정치적 중립을 해치는 것이 될지도 몰라 고민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결정이 자존감을 지키고 새마을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일을 하는데 명분과 상식을 지키는 것에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을 선택한 것이다.

△ '새마을 인문학'을 올해 안에 책으로 펴낼 것이라고 했다. 잘 되어가고 있나.

- 인문학의 목표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도덕적인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은 새마을이 추구하는 가치와 동일하다. 따라서 '새마을 인문학'을 정립하는 것은 새마을 지도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하찮은' 봉사라며 스스로 낮출 것이 아니라 공동체 문화를 만들고, 보다 나은 사회로 발전시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는 점을 인문학과 결부시켜 이론화하는 것이다. 이미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기 때문에 아마 연내 출판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새마을 인문학>이 출판되면 제가 재임 시 새마을 지도자들에게 약속한대로 새마을 지도자들에게 그 책을 헌정하겠다.

△ 매일 '염홍철의 아침단상'으로 SNS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어떤 취지인가.

- 저는 시장 재임 때부터 아침단상을 써 왔다. 어느 때는 주 1회 또는 매일 쓰기도 했다. 이것은 저의 삶과 지나온 일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의 다짐의 의미를 담았다. 또한 저의 작은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이로 인해 단 한 사람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저의 큰 보람이다.

△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와 두 갈래로 나뉘어 갈등을 보이고 있다. 자라온 시대와 환경이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세대 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세대교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교체는 한 세력이 물러나고 한 세력이 들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슬픈 얘기다. 그래서 세대교체 대신 '세대보완'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대로의 창의성과 혁신성이 있다면, 나이 든 세대는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보완적 관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하면서 세대보완과 영구잇기(young & 舊)를 주장하면서 세대 간 단절이 아닌, 계승과 협력을 시도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전에 머무르면서 세대보완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싶다.

△ 코로나19가 3년 동안 지속되고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 등 국가 위기 속에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 현 정부의 당면한 과제는 경제, 안보, 외교, 국민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경제는 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일자리창출이 더욱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교와 안보는 결부되어 있는데 미·중 갈등이 우리에게는 난제다.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하는데 미국이나 중국과 솔직하게 협상하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게는 우리로서 북핵 문제와 무역 때문에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함을 설득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이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 현명한 외교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일방 편중의 외교는 위험성이 있다. 국민통합은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진영'에 사로잡히지 말고 중립적인 담론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야 된다. 인사에 있어서도 탕평책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인이자 행정가 선배로서 현 이장우 대전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 이장우 시장은 일단 정치인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한 차례의 구청장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행정까지 두루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박력과 소신이 있어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라고, 그 특징을 평가하고 싶다. 이 점에 대해서 크게 기대를 한다. 다만 두 가지를 당부 드리고 싶은데 첫째는 국회의원과 시장은 다르다. 국회의원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누구는 100억의 예산을, 누구는 300억의 예산을 따 올 수 있지만 시장은 중앙정부에서 대부분 법과 규정으로 예산을 분배하기 때문에 그것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다만 국책사업이나 공모사업은 시장의 역량에 따라서 해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기대하고 싶다. 둘째는 선배로서 고언을 한다면 '포용의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행정에는 여야가 없고 시민들은 다양한 의사를 가졌기 때문에 그것을 포용하고 결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판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 앞으로 충청의 지향점을 제시하자면.

- 항상 '대전은 대한민국의 중심도시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 영남과 호남의 정체성과 이해관계가 좀 다르다. 이러한 갈등적인 요인을 중화하고 융합할 수 있는 곳은 충청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충청권은 조선시대에 기호학파의 중심으로 영남학파와 쌍벽을 이뤘다. 영남학파가 명분과 이론을 중시했다면 기호학파는 실리와 효율을 중시했다. 오늘날 대전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이 과학의 중심이 된 것은 우연한 일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청인의 자부심을 높이는 것이 충청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창간 72주년을 맞은 대전일보 앞에 많은 길이 놓여있다. 어떤 길을 갔으면 좋겠나.

- 대전일보는 대전 충청을 대표하는 일간지로서 상당한 영향을 가진 언론 매체다. 지역 언론들이 언론 사명을 다하느냐에 대한 유보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 대전일보도 공정한 사실을 넘어 진실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이 진실이 아닌 경우가 너무 많기에 진실인지 여부를 추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충청인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는 다양한 기사를 보도,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됐으면 한다.

대담=우세영 취재1팀 부장, 정리=김지은 취재1팀 기자, 사진=최은성 기자

염홍철 전 대전시장
염홍철 전 대전시장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1944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한 염 전 시장은 1988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에 임명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제4, 8, 10대 대전시장을 역임한 그는 경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극동문제연구소장과 북한대학원장을 지냈으며, 경희대 행정대학원 대우교수, 배재대 석좌교수,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한밭대 석좌교수, 한남대 석좌교수, 그리고 한밭대 총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2월엔 새마을운동 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했으나 임기를 1년 7개월 남기고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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