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박물관 특별전 '뜻밖의 유물' 전시 '대청통속직공만국경위지구식방여고금도'

대전시립박물관 특별전 '뜻밖의 유물' 전시 '대청통속직공만국경위지구식방여고금도'. 사진=대전시립박물관 제공


대전시립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뜻밖의 유물'에는 지도 2장이 전시되고 있다. 목판으로 찍어낸 북경지도와 세계지도다. 북경성의 모습이 담긴 '수선전도'는 당시 가장 대중적인 북경 지도로 현재 우리나라에도 대전시립박물관 외 2곳에서 소장하고 있다. 목판으로 찍어낸 뒤 색을 칠해 더욱 알아보기 쉽게 한 세계지도 '대청통속직공만국경위지구식방여고금도'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단 두 점만이 알려져 있다. 이 지도들은 순조(純祖, 재위 1800-1834년)부터 헌종(憲宗, 재위 1834-1849년) 시기 무려 4차례나 연행을 다녀온 박회수(朴晦壽, 1786-1861년)가 북경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박회수와 같은 18-19세기의 조선 사신들은 지금의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기 전 미리 맛집이나 쇼핑명소를 조사하듯이, 앞서 연행을 다녀온 선배 여행자들의 추천에 따라 북경을 누볐다. 유리창(琉璃廠)에 가서는 온갖 진귀한 서책들과 골동품을 구경하고 중국 지식인들과 필담을 나누며 노닐었다.

서양 선교사들이 있는 천주교당에 가서는 살아있는 듯한 서양 그림에 놀라워하기도 하고, 새로운 서양의 문물을 접하고 서양 달력이나 지도 같은 선물을 받아오기도 했다. 어떤 사신들은 서양 화가들에게 자신의 초상을 그리게 하기도 했는데, 박회수 역시 그중 하나로 유화로 그린 그의 초상화를 대전시립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직접 볼 수 있다.

박회수가 북경에서 가져온 지도들은 그 희귀성과 학문적 가치로서도 중요하지만 200년 전 낯선 곳에서 세계를 마주한 조선 사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유물들이다. 뜻밖의 유물들과 함께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보자.
 

송영은 대전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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