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 충남취재본부 기자
박상원 충남취재본부 기자

뭉갠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군(軍) 지휘부가 육군사관학교 이전을 대하는 태도다. 육사 이전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이전 논의가 있었으며, 이명박 정부 때는 지방으로의 육·해·공 사관학교의 통합 등을 논의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군 지휘부를 비롯한 군 관계자들은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이전 논의는 언제나 수포로 돌아갔다.

언제나 그렇듯 민선 8기 충남도정 중요 현안으로는 육사 충남 이전이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 충남 지역 공약과 맞물려 김태흠 충남지사가 우선 과제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를 무시하듯 육사 이전은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아니라며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육사 이전을 반대하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은 아니다. 쉽지 않은 결정임을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군 당국이 바라보는 '지방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윤 대통령 당선 뒤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은 내포신도시를 찾아 충남 7대 공약과 15개 정책과제에 육사 논산 이전을 포함한 것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17개 시·도의 지역 공약을 정리해 대통령 공약으로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5년 동안 정부를 이끄는 대통령 국정과제에 세부적인 공약이 하나씩 담기는 것도 괴상하다. 또 계속해서 군 당국이 육사 이전이 국정과제가 아니라고 뭉개는 것은 지역 공약을 무시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육사 이전 논의로 인해 불필요한 갈등의 씨앗이 자라는 것도 문제다.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이전을 못 하겠다고 하고, 육사 충남 이전 추진위는 윤 대통령 공약으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며 부딪히고 있다. 결국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선 윤 대통령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와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가 선거 때 공약했던 내용인 만큼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전이 가능하다면 군 지휘부에 절차에 따른 준비를 지시하고, 이전이 불가능하다면 도민에게 그 이유를 설명한 뒤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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