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의 육사 이전 반대 발언 규탄회견. 사진=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육사) 충남 이전 문제에 대해 육군 지휘부가 말을 맞춘 듯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당장 220만 도민을 대변하는 '육사충남유치 범도민추진위원회'에서 26일 이전 반대 발언 당사자들을 규탄하는회견을 여는 등 여론 추이가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 전개를 지켜보는 도민들 심정은 심란하다. 절제된 표현이 그렇지 내심은 부글부글 끓게 하는 형국이다. 육사 충남 논산 이전 문제는 도민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대선 공약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시절인 지난 4월 충남을 방문한 김병준 인수위 균형발전위원장도 이를 지역 15대 정책과제에 포함시켜 발표한 사실이 있다.

그런데도 국방부 장관을 필두로 육군참모총장, 육사 교장까지 엉뚱한 사유를 대며 육사 이전 불가 주장을 펴고 있다. 그중 이종섭 장관의 인식이 문제의 시발이 된 측면이 지적된다. 지난 5월 국회 인사청문회 때 그는 "육사 이전을 정치적 도구로 삼은 것은 적절지 않다"고 밝혀 지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었다. 그런 이 장관은 지난 24일 국방위의 국방부 국감에서는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 데 이어 "육사는 국군의 뿌리로, 군의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기 때문에 이전은 적절하지 않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일 국감 때에도 육참총장, 육사 교장도 같은 주장을 폈었다.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자신들 편할 대로 답변을 되풀이했었다. 육참총장이나 육사 교장은 장관의 지휘명령 계선상에 있으므로 이들 군 수뇌부를 걸고 넘어지는 것은 거북하다.

문제는 이 장관의 육사 이전에 대한 시각과 인식이다. 국정과제 목록에 육사이전이라는 별도 항목이 없어도 육사 이전 과제는 소멸한 게 아니고 엄연히 살아있는 정책 과제다. 아무리 비빌 데가 없어도 그런 식으로 대선 정책·공약을 희석시키려 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군의 성지'라며 육사 이전을 배척하는 것도 논리 빈약을 드러낸다. 육사가 무슨 성역이 아닌 이상, 이전에 따른 실익이 크면 옮기는 것은 정책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육사 이전에 훼방꾼을 자처하는 것인지 갈등 상황을 부채질하는 국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도 평정심을 찾아야 할 때다. 무턱대고 육사를 감싸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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