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에너지 자립섬'

죽도 사진=홍성군 제공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대나무는 이리저리 비틀거린다. 바람이 부는 대로 대나무가지에 붙은 잎사귀끼리 부딪치고 비벼대는 소리가 청량하다. 사방이 탁 트인 섬마을은 그렇게 매일 대나무 소리에 갇힌다.

홍성군 서부면 서쪽에 있는 섬 '죽도'. 홍성군에서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유인도다. 섬 안에 대나무가 많아 '죽도', 예전에는 '대섬'으로 불렸다. 죽도는 고종 32년(1895년) 지방관제 개편에 따라 태안군 안상면으로, 1914년 행정구역 폐합으로 서산군 안면면에 각각 편입됐다. 1989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현재의 홍성군 서부면에 속했다.

죽도 사진=홍성군 제공

총 면적이 0.175㎢일 정도로 작은 면적의 죽도는 현재 30여세대, 60여명이 지내고 있다. 본섬 1개와 11개의 무인도가 올망졸망 붙어서 죽도를 이룬다. 주민들은 본섬에 살고 있다. 본섬은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나뉜다. 물이 들어차면 보통 7개의 섬만 보이는데, 물이 빠지면 본섬과 연결된 큰달섬, 작은달섬, 충태섬은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본섬과 큰달섬 사이엔 썰물 때도 바닷물이 빠지지 않는 지름 20m 정도의 물구덩이가 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용이 올라가다 떨어진 곳'이라는 뜻으로 '용난둠벙'으로 부른다. 세 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띠섬(모도), 띠섬 바로 북쪽 위에 혼자 서있는 멍대기(명덕도), 사계절 내내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백로의 배설물로 하얗게 뒤덮여 있는 오가도, 띠섬과 작은달섬 옆에 있는 전재기 등 11개의 무인도가 죽도의 식구다.

죽도 사진=홍성군 제공

죽도는 크게 보면 하나지만 잘게 나누면 세 갈래의 둘레길이 있다. 죽도 둘레길의 특징은 길마다 언덕이 있고,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는 홍성 출신 3명의 역사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남당항에서 바라보는 오른쪽 끝에 제1둘레길인 '옹팡섬조망대'가 있다. 조망대에 올라서면 '만해 한용운 선생'이 반긴다. 야트막한 산과 울창한 대나무 숲, 바다가 어우러져 한없는 여유로움을 준다. 선착장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제2둘레길은 세 개의 둘레길 중 규모는 작지만 '동비지전망대'에서 보면 여는 둘레길 풍경 못지않다. 사방이 탁 트여 시원한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고려의 명장 '최영 장군'이 제2둘레길을 지킨다. '동비지전망대' 옆에는 '죽도갤러리'도 있다. 홍성을 대표하는 인물과 문화재, 관광지 등이 사진에 담겨 있다.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적당한 간격으로 이뤄진 제3둘레길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대나무숲 소리가 편안함을 준다. '담깨비전망대는 '백야 김좌진 장군'이 손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둘레길 정상에서 보는 해돋이와 해넘이는 말이 필요 없는 '황홀' 그 자체다. 3곳의 둘레길을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족히 돌아볼 수 있다.

죽도 사진=홍성군 제공

죽도가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국 최초 '에너지 자립섬'이라는 것. 엔진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없는 탄소중립 청정 섬이다. 마을과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친환경 에너지로 충당한다. 211㎾의 전력을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태양광·풍력발전) 설비와 900㎾h의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죽도의 낮과 밤은 부족함이 없다.

2021년 행정안전부 선정 찾아가고 싶은 33섬에 뽑힌 죽도다. 홍성군이 내세우는 '홍성12경' 중 죽도는 '5경'이다. 대하, 새조개, 갑오징어, 꽃게, 우럭, 주꾸미, 바지락, 굴 등 싱싱한 해산물이 사계절 가득,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선상 바다낚시, 양식장에서의 좌대낚시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해마다 5만 여명이 죽도를 찾고 있다.

홍성군은 '뉴딜 300'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죽도에 대해 2023년까지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반 시설을 정비하고, 관광인프라 보강을 추진 중이다. 죽도와 연계된 홍성의 천수만 26㎞ 해안가도 해양관광 자원으로 탈바꿈한다.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에서 2.7㎞ 떨어져 있는 죽도는 주중 하루 5편, 주말은 6편의 배가 왕복한다. 매주 화요일은 휴항이다. 여객선으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죽도 사진=홍성군 제공
죽도 사진=홍성군 제공
죽도 사진=홍성군 제공
죽도 사진=홍성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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