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애 세종미래교육연구소 대표
강미애 세종미래교육연구소 대표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사과를 하려면 정중하게 해야 하지 않느냐."

콘텐츠 전문 카페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자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립니다" 중 '심심한'의 표현에서 불거진 논란이었다. 즉,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지루한 사과'로 오해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대한민국 학생들의 문해력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건으로 정점을 찍은 일화이다.

아래의 조사를 살펴보면 대한민국 학생들의 문해력에 이상설이 나온 것이 이번만은 아닌 듯하다. 지난해 3월 EBS 다큐멘터리 '당신의 문해력'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 2405명을 대상으로 어휘력, 추론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사실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해력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27%의 학생들이 중3 적정 수준에 미달했으며, 11%의 학생들은 초등학생 수준의 문해력을 보여 줬다고 한다. 또한, OECD가 지난 5월 3일(현지 시각) 발표한 2018년 보고서에서 만 15살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하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어진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 평가에서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식별률은 47%인데 비해 한국 학생들은 25.6%로 나타났다.

그럼 문해력이 왜 이렇게 사회 이슈가 됐을까? 1970년 중반 독일에서는 전쟁 및 이민 등으로 비문해자가 증가하자 시민대학에서 독일어쓰기 과정을 개설하고 문해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문해력의 문제는 개인적 결손이 아니라 양극화되는 소외계층의 문제로 확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도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한 발판을 교육에서 찾지 않았던가!

이렇게 문제 되는 문해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초등 1-2학년 국어 교육 시간을 현 교육과정 448시간보다 34시간 늘어난 492시간을 증가시켰다. 그러나 국어교육시간의 양만 증가시키면 문해력이 해결될 것인가?

"코로나를 겪고 난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조차도 학력 차이가 눈에 띄게 보여요"라며 안타깝게 말을 하던 선생님이 생각난다. 이 선생님은 문해력 신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학생들에게 책 읽는 시간을 운영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많은 선생님도 교실 안에서 책을 읽고 퀴즈게임하기, 몸으로 말해요 놀이하기, 책내용 꼬리물기, 책 속 인물에게 인터뷰 질문놀이하기 등으로 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도 초등 독서 수업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 활용 '책열매'의 낱말 게임 서비스 신규 개통으로 학습자 중심의 어휘 교육 지원 강화 프로그램인 '초등학생 문해력, 책열매로 키워가요!'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학교와 정책만이 학생들의 문해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정, 학교, 정책이 뒤따르면 학생들의 문해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라 생각한다.

기초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의 내용을 살펴보면,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준 가정의 자녀들은 문해력 성취 수준에서 높음을 보였다. 또 5세 이전부터 책을 읽어준 경우에 자녀가 초등학생이 됐을 때에도 지속적으로 독서에 관심을 보이고, 꾸준히 읽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자녀에게 매일매일 책을 읽어준 경우에 초등학생이 된 자녀의 독서 시간과 독서량이 제일 많게 나타났다. 즉, 부모가 자녀의 어린 시기부터 책을 읽어줘야 자녀는 계속해서 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꾸준히 읽으면서 이를 통해 자녀의 문해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한 조사에서 '사흘'은 3일이 아니고, 4일이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만약 "사흘 후에 만납시다"라는 말을 듣고 '4일' 후에 만나러 간다면 약속이 이뤄질까?

평생교육법에서도 '문해'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문자해득 능력을 포함한 사회적·문화적으로 요청되는 기초생활능력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문해능력은 문자의 이해와 활용이라는 좁은 의미를 넘어 성인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는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또 '책 속에 길이 있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독서가 문해력 신장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우리들도 마음의 양식을 쌓는 책을 가까이해서 자녀들의 본보기가 되어보는 가을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안창호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아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강미애 세종미래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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