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잔류는 명분도 실익도 빈약
충남 논산 전개가 마땅한 선택지
대통령 등 충청 라인업 견인해야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지난 5일 육사충남유치범도민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충남도가 육사 유치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고 그러면서 220만 도민 역량을 동원하는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평가된다. 범도민추진위는 규모와 인적 구성 면에서 매머드급이다. 지역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을 망라한 지역인사 490여 명이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같은 날 김태흠 지사도 육사 유치에 강한 의지를 피력하며 힘을 실었다. "육사 충남 이전은 반드시 관철해야 할 소명"이라고 했으며 11월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계획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범도민추진위 가동은 여로모로 실효적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 특히 정부 당국을 상대로 강렬한 도민 열망을 보여주면 마냥 외면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일종의 이슈 주목도 효과라 할 것이고 정책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데도 유용하다. 같은 얘기지만 육사 이전 문제와 관련해 공수 구도가 선명해진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이 경우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는 쪽은 충남도와 범도민추진위다. 목소리를 키우는 공격수측 주장과 논리 구성이 여론 마케팅 시장에 더 잘 스며드는 것과 흡사한 이치다.

이는 지난 3일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육사 논산·계룡 이전과 관련한 설문에서 응답자중 절반 가까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만한 수치면 충남의 우세승으로 봐도 무방하다. 반대 응답률과 10%차를 벌린 데다 잘 모르겠다는 15%를 제외하고 다시 100 분율로 환산하면 찬성률은 과반 선이 넘어간다. 육사 이전이 가져올 균형발전 도움 문항에서는 찬성률이 55%대로 치솟았고 논산·계룡 국방·산업 인프라와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데에는 51%가 동의해 주목된다. 육사 이전 여론이 막연히 우호적으로 나온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정책적 실익의 구체성을 간파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여론 지표로 손색 없다.

육사가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논산 이전 상황을 저울대에 올려놓고 보면 육사 이전은 시간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버텨서 해결될 성질이 못된다. 육사 옆 태릉 골프장 부지에 대해 택지개발 절차가 진행중이다. 그러면 육사는 주변 고층빌딩과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인다. 주변경관과의 부조화 현상이 강화될 것이고 시민들의 눈총을 사게 된다. 생도 교육 훈련 여건과 시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사격 등 군사훈련장이 협소한 데다 시설 미비로 인해 지방으로 출장을 나가야 하는 형편이면 현재 육사 부지 시설은 어느 덧 유통·유효기간을 소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내부 사정이 그런 지경이고 또 주변환경 요인들에 의해 압력지수도 높아지고 있는 육사다. 이런 상황과 갈등할 이유가 없고 그럼으로써 기대되는 실익도 없다면 육사 이전이 유일 선택지임을 알 수 있다.

지방에 내려온다 해도 충남 논산에 자리잡으면 별반 불편하거나 어색할 일이 없다. 전국 어디로도 통하는 교통인프라가 탄탄하며 무엇보다 국방 유관 기관 30여 개가 인접해 벨트화된 도시라는 논산만의 특장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전 예정지 공급 능력도 넉넉 하다. 육사가 원하면 현 시설 규모의 갑절 이상 부지를 공급할 여력이 있는 곳은 논산 뿐이다. 이런 지정학적 조건이 완비했으면 육사 이전 최적지가 논산임은 자명해진 것이다.

육사 이전은 대통령도 공약했을 뿐 아니라 뒤이어 김 지사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를 허물어야 하는 논거와 필유곡절이 발생한 사실이 없거니와 육사와 논산과의 결합은 이미 비가역적 정책 방향이 됐다. 이전 문제와 관련한 소모전 양상은 부질없다. 이전 기본계획 수립, 이전안의 균형발전위 심의·의결 등 통상의 절차를 밟으면 된다. 대통령-여당 비대위원장-도지사로 연결되는 3인 충남 라인업이면 육사 유치 주춧돌을 능히 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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