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왜 죽는가 (고바야시 다케히코 지음/ 김진아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80쪽 / 1만7000원)
사생관을 바꿔주는 '현대인을 위한 생물학 입문'

우리는 왜 늙어야 하며, 왜 죽어야 하는 걸까?

한두 살 나이를 먹다 보면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몸과 마음도 서서히 변해 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잘 알지만 노화는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는 신호로,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일본 도쿄대 교수인 저자는 게놈 재생의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다. 책에서 그는 우리에게 두렵지만 마냥 외면할 수 없는 죽음의 의미를 철학·종교의 시각 대신 생물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생물이 탄생한 계기부터 생물과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죽거나 멸종하는지, 인류와 AI와의 공존 공생의 미래까지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생물은 왜 죽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진화가 생물을 만들었다'는 명제에 있다고 말한다.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 수억 년 걸려 태어난 단 하나의 세포가 모든 생물의 시조가 됐다. 세균과 같은 원핵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엽록체와 공생하는 진핵세포로 변화했고, 지금으로부터 약 10억년 전 다세포 생물이 나타났다. 이후 오래된 생물이 죽고 새 생물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선택과 변화'를 핵심 원리로 하는 진화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이런 진화 덕분에 인간과 같은 생물도 출현했다.

예컨대 죽음도 진화가 만든 생물 시스템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저자는 "생물은 우연히 이기적으로 태어나서 궁극적으로 죽는다"고 말한다. 지금 존재하는 생명이 죽어 더 다양하고 더 큰 가능성을 가진 생명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책 후반부에서는 삶과 죽음이 거듭되는 무대인 지구를 인간 스스로 파괴하지 않고 지켜 나가기 위해 해야 할 일, 생물 종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할 이유 등에 대해 역설한다.

책이 내린 '우리는 우리보다 더 진화하고 더 다양화된 다음 세대를 위해 죽어야 한다'는 결론은 지극히 논리적일 뿐 아니라 매우 획기적인 생각이다. 이 생각 때문에 이 세상에서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에 대한 공포가 이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책은 죽음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하고 그것과 과장된 두려움 없이 마주 서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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