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 한달만에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13일부터는 대구를 시작으로 당 내부 정비작업에 돌입하는 모양이다. 법원 효력 가처분 판단이 나오기 전만 해도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또 받아들여지는 것 아니냐는 당안팎의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6일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신청을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게 된 여당이다. 정진석 비대위가 비로소 정상 가동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열린 것이고 그에 따라 구원투수 역으로 나선 정 위원장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7월 이 전 대표 징계 결정으로 촉발된 내부 분란으로 여당은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집권 여당이 비대위를 두 번씩 구성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난 5개월간의 여당 모습은 자중지란으로 일관했다. 여당과 정부를 뜻하는 당·정은 국정의 동반자로 일컬어지는 데서 보듯 공동운명체나 마찬가지다. 어느 한축이 제대로 힘을 못 쓰면 당연히 나머지 축도 위태위태해지는 구조인데 여당에서 그런 구조적 모순을 자초한 탓에 여권 전체가 허둥지둥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간의 이런 여당 모습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쳐지고 무력감을 주었는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음은 물론이다. 이제 당 내분은 일단락이 된 만큼 여당다움을 회복해야 하는 정진석 비대위의 책무가 가볍지 않다. 당 조직 정비도 해야 하고 내년 2월 즈음의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는 물론 중립적인 선거관리 업무 등 신경 써야 하는 문제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당내 일정을 소화해나가되 그 못지 않게 민생 경제 관련 국정현안을 챙기며 개혁입법을 주도해야 하는 여당의 본령을 속히 되찾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그동안 뭘 보여줬는지 성찰해보면 답은 자명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 안팎의 정세 변동에 따른 격랑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복합경제 위기가 초래할 후과가 녹록지 않을 전망이며 이 와중에 북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대내외적 위기 국면에서 전위를 담당해야 하는 여당이 방향 감각을 잃으면 그 피해는 국민을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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