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OTT 등 인기 끌면서 시장 확장
피규어·굿즈·소품·빵 등 다방면 인기

자료사진=롯데백화점 대전점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키덜트(어린이와 같은 취향을 가진 어른) 문화가 확산하면서 소수 마니아층에 국한됐던 완구 등 캐릭터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관으로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가 키덜트 시장에 유입되면서다. 동심으로 돌아가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래는 어른들이 늘어난 것은 물론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제품들이 어른들의 취미 생활로 자리 잡으면서 키덜트 시장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6일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관련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6000억원으로 2014년(5000억원) 대비 세 배 이상 커졌다. 코로나19에 따른 이른바 '집콕' 문화로 더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향후 최대 11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9-2021년 조사한 캐릭터 구매 설문 결과, 자녀나 조카 선물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구매'를 하는 20-50대 비율이 2019년 65.6%, 2020년 75.4%, 2021년 76%로 매년 상승했다.

키덜트 시장 확대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자가 급증한 것도 한몫 했다. 새로운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이 OTT에 공개돼 인기를 끌면 이후 사람들이 관련 굿즈나 캐릭터 등을 구입하는 방식이다.

캐릭터에 기반한 키덜트 시장은 주로 남성 중심이었던 것에 반해 카카오프렌즈나 포켓몬스터 등의 귀여운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2030 여성들의 시장 유입을 크게 이끌기도 했다. 또 성인이 된 이후 경제력 등 구매 여력을 갖추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캐릭터나 굿즈 등을 재미 삼아 구매할 수 있게 된 요인도 크다.

과거 동심을 불어 일으키는 소비 트렌드도 키덜트 시장 확대의 주 요인이다. 2000년대 초반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캐릭터빵이 10여년 만에 재출시되면서 품절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단순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빵에 있는 캐릭터스티커(띠부띠부씰)를 얻기 위해 빵을 구매하면서 캐릭터빵은 소비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디지몬빵은 지난 8월 24일 판매를 시작한 후 일주일간 25만개 가량 팔렸다. 시간당 1500개 가까이 팔린 셈이다. 포켓몬빵은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SPC삼립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출시된 포켓몬빵의 누적판매량은 지난 8월까지 약 8100여만개 이상에 달했다. 이에 2분기 전년동기 대비 14% 늘어난 8149억원의 매출액도 거뒀다.

조립블록 '레고'나 완구, 장난감 등은 당연 키덜트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마블 피규어는 키덜트족의 최애 상품 중 하나다. HDC아이파크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마블, 건담, 레고 등 키덜트존 내 브랜드의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나 증가했다.

이 같은 키덜트 시장은 단순 완구와 식품 등을 넘어 가전, 명품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MZ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잔망 루피' 캐릭터를 활용해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AI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디즈니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가지고 티셔츠와 가방 등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보통 키덜트 상품으로 '피규어'를 많이 생각하지만, 현재는 팬시나 소품 등 굿즈로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특정 분야에 심취한 이른바 '오타쿠'가 조용히 장난감 등을 수집하는 형태였다면, 지금은 공개적으로 키덜트 문화를 즐기는 경향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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