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로 집밖에도 못 나가는 상황인데 학교선 "출석해야 한다"고만
시교육청 문의 수시했지만 묵묵부답…교육청 "인사철 연락 안 됐을 수도"

대전지역 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위한 보호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선 학교마다 학교폭력 조사 과정, 출결 허용 범위 등이 학교장 재량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피해 학생·학부모들의 혼란을 초래하는 한편 적절한 보호 조치가 미흡해진다는 우려에서다.

올 3월 대전지역 한 중학교에 입학한 A 군은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학기 시작 두 달여 만에 학교를 나갈 수 없었다. 피해 트라우마로 집은커녕 방 밖에도 나가지 못하면서다.

A 군의 학부모는 해당 학교 측에 자녀의 상황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고자 했지만 "출결해야 한다"는 압박만 받았다는 주장이다.

A 군의 학부모는 "처음 아이의 학교폭력 상황을 인지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상담이나 치료는 어디로 가서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학교 측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아이가 학교를 나가지 못할 때 학교 측은 '출결해야 한다'는 연락만 끊임없이 하면서 학폭의 힘겨움을 추스릴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내부에서 학교폭력 사안 조사가 시작됐을 때도 어려움이 많아 결국 학교폭력 심의를 취소할 수 없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A 군의 학부모는 "학폭 조사 진행 전 학교 측은 '이 정도 사안으론 강제전학은 안 된다' '교실이 적어 같은 반이 아니더라도 마주치는 걸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며 "밖을 나가지 않으려 하는 아이를 간신히 끌고 학교에서 진술서를 쓰게 했는데, 학교 측은 이후에 진술서를 한 번 더 쓰라 해서 결국 학폭위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학교폭력심의 취소 후에도 출결 압박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A 군의 학부모는 "여기저기 알아보니 학폭 심의위 전 학폭 피해로 인한 결석은 출결로 허용해준다는 교육부 방침도 있고, 이를 허용해주는 학교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해당 학교는 학교장 재량이란 얘기만 하며 출결만을 계속 강조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학폭을 취소하지 않았을 텐데 학교 측은 제대로 된 상황을 안내조차 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 군의 학부모는 "왜 학부모들이 교장실부터 쫓아가는지 이유를 알았다. 극성으로 치부됐던 것들이 현실에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배려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며 "교복 입은 아이들만 봐도 울컥하고 이 사태를 해결해주지 못해 미안하기만 하다. 시간이 필요한 아이에게 학교는 결코 어느 도움도 주지 않는 곳"이라고 호소했다.

3일 교육부와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폭력 심의위원회에 회부되기 전까지 학교폭력 발생 사안에 대한 전반적인 조치는 학교장 재량이다. 피해 학생의 출결 허용 범위, 출결 관리를 위한 증빙서류,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위한 과정 등은 모두 학교장 재량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학교 측은 해당 학부모 측에 충분한 안내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출결 부분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을 포함해 학교장의 재량으로, 출석일수가 미달되면 진급이 안 되기 때문에 출결에 대한 안내를 드린 것"이라면서 "최대한 무단결석 외 다른 방법을 함께 찾아보려 했지만 아이 상태라든지 증빙서류 등에서 계속 변수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 측은 정서적·심리적으로 힘든 아이를 배려하지 않고 나와서 진술서를 쓰게 했다는 것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 여러 차례 설명도 드렸다"며 "학부모 측도 혼란스러우셨던지 학폭 시작부터 취소 과정까지 계속 번복해 학교 측도 힘들었다. 결국 취소가 되면서 학교 입장에선 학폭위로 인한 출결 허용 방안이 소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A 군의 학부모는 대전시교육청에 대해서도 호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자녀 학교폭력 피해 사안으로 시교육청에 문의하고 싶어 직접 연락도 해보고 학교전담경찰관 분을 통해서도 연결을 부탁했지만 한 달 넘은 지금 시점까지 시교육청에선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며 "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시교육청은 연락하기 참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웬만해선 연락이 오면 답변을 다 드리고 연락을 드리지만 8-9월 쯤 상황을 생각해보면 그땐 인사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다들 바빠서 전달이 잘 안 됐을 순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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