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학교폭력전담기구 사안조사 건수는 집계 안돼
학폭관련 예산 "비공개"…인사로 업무 연속성도 떨어져

대전시교육청사 전경. 대전일보DB
대전시교육청사 전경. 대전일보DB

대전지역 학교폭력 예방·근절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인지만 해도 관할 교육(지원)청에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대전시교육청은 이를 집계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다.

여기에 학교장 자체 해결이 안 될 때 열리는 교육지원청 산하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도 올 상반기 지역에서 300건 넘게 열렸지만 시교육청은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전국 평균보다 낮다"는 자평뿐, 학교폭력 예방·근절 관련 예산 내용이나 규모 등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3일 교육부와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올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대전지역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는 모두 315건이다. 한 학기 동안의 심의 건수가 지난해 1년(539건)의 60%에 가까운 수준이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 두 학기(307건)와 비교하면 이미 한참 뛰어넘었다.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는 학교장 자체적으로 학교폭력 사안이 해결되지 않을 때 열리는 만큼 일선 현장에서 인지하는 학교폭력 발생 사안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경찰 신고가 들어가는 정도의 큰 사안은 돼야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에 올라가는 것 같다"며 "현장에서의 학교폭력은 심의위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사안 인지 시 48시간 이내 교육(지원)청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 지역 교육 현장에선 이를 집계하지 않을뿐더러 일선 학교들이 인지 건수를 실제로 모두 보고하는 지는 미지수라는 게 시교육청 측의 설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학교폭력 전담기구 사안 조사 건수는 집계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업무를 담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알 수는 없다"며 "학교에서도 사안을 100% 보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교육청은 최근 실시한 올해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지역 피해응답률이 전국 평균(1.7%)보다 0.5%포인트 낮은 1.2%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같은 응답률은 지난해 1차 조사 결과(0.8%)보다 0.4%포인트 증가한 수치고,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1.2%) 수준으로 되돌아간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역 학교폭력 사례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만큼 시교육청은 지역 역점·특색사업을 필두로 학교폭력 예방·근절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사업이 '친구사랑 3운동'이다. 2014년부터 시교육청이 전개해 온 친구사랑 3운동은 고운말씨·바른예의·따뜻한소통 등 세 가지 과제를 실천, 올바른 인성을 함양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학교폭력 예방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역 한 중학교 교사 B 씨는 "물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만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두고 교사들도 학생들도 큰 효과는 기대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교육을 실시하고 영상을 보여주고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학교폭력을 하는 학생들은 계속 한다"고 귀띔했다.

실효성에 더해 관련 예산의 투명성도 우려할 대목이다.

지역 초·중·고·특수학교 100개교에 운영 예산이 지원되는 시교육청 대표 학교폭력 예방 정책임에도 예산 부분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에서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담당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안 됐지만 예산을 자세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 같다"며 "세부 목록 하나하나 기사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정기 인사가 단행됐던 시교육청은 학교폭력 업무 연속성도 끊긴 상황이다.

학부모들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학교폭력 피해와 관련해 시교육청에 문의하고 싶어도 "연결이 도통 되지 않는다", "연락이 닿기 쉽지 않다"는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정민지·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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