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공간 소이헌 대표
김소연 공간 소이헌 대표

나는 찾지 않는다.

다만 발견할 뿐이다.

-파블로 피카소-

"당신과, 같은 와인을 마시며, 서로의 술잔을 채워줄 사람과 보낼 삶을 원해"

영화 '어느 멋진 순간 A Good Year'에서 주인공 맥스 스키너(러셀 크로우 분)가 운명처럼 다가온 여인 페니 샤넬 (마리옹 꼬띠아르 분)에게 청혼을 하면서 했던 말이다.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2006년 작품으로 감독과의 오랜 지인인 작가 피터 메일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작가 피터 메일은 프랑스 여행 중에 마주친 프로방스의 풍광에 반해 영국에서 프랑스로 이주해서 살았다. 그는 '프로방스에서 일 년'이라는 작품으로 프로방스의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리들리 스콧 역시 프로방스에 별장과 포도원을 소유하고 있을 만큼 프로방스를 사랑했다.

런던 증권가의 최고의 실력자로 승승장구하던 워커홀릭인 주인공 맥스 스키너는 자신을 유일하게 사랑했던 삼촌 헨리가 남긴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프로방스로 간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 어릴 적 삼촌과 함께 지냈던 그 모습 그대로인 오래된 저택,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돌담, 무심한 듯 칠해져 있는 빈티지한 블루 페인트,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과 햇살에 반짝이는 올리브 나뭇잎들,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암체어에 앉아, 그는 잊고 있었던 삼촌과의 추억을 마주한다. 그리고는 하루 24시간이 부족했던 런던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 프로방스에서, 잊고 있었던 '추억과, 자신에게 가장 멋진 시간'을 발견한다.

삼촌과 함께 체스를 두었던 야외 테이블, 어린 시절 삼촌 몰래 시가를 피웠던 티 테이블, 한적한 휴식을 위해 나무 그늘 아래 해먹에서 보냈던 그 모든 순간이 맥스에게는 최고의 '어느 멋진 순간'이었던 것이다.

프로방스의 오래된 집에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맥스의 모습은, 늘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를을 사랑했던 고흐, 앙티브의 파란바다를 그렸던 피카소, 니스의 마티스, 엑상프로방스의 세잔, 그리고 로망을 꿈꾸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프로방스 그 곳을 왜 그리 열망할까? 그 곳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따뜻한 햇볕과 빛나는 햇살, 속살거리는 바람,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의 색감들, 그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곳에서는 비로소, 온전한 '나' 자신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5년 전,

대전의 원도심 선화동에서 나는 프로방스에서 느꼈던 빛나는 햇살과, 어릴 적 추억의 그리움을 선화동 골목풍경에서 발견했다. '내 최고의 어느 멋진 순간'을 이 곳 선화동에서 느꼈다. 바로 이사를 했고 5년이 지난 지금껏 내 나름의 마을을 만들고 있다. 햇살 아래의 집들을 만들고, 예술가들이 사랑할 마을, 로맨틱한 골목에서 그리운 추억을 마주할 수 있는 마을, 자기 시간의 주인으로 살 수 있는 마을 그런 마을을 꿈꾸고 실현하고 있다. 너무도 즐거운 작업이고 신나는 일이다.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 올리히 슈나벨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에서 '더욱 더 많이, 보다 더 빨리,!'를 외치며 우리를 몰아붙이는 현대사회의 중압감에 압도되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함을 이야기한다. 자기만의 시간을 체험할 때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될 것이고 최고의 행복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시간을 알아차리려면 절대적인 휴식이 필요하다. 21세기의 창조성은 바로 이 쉼에서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프로방스와 같은 휴식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휴식처를 나는 이 곳 선화동에서 발견한다.

 

김소연 공간 소이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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