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취재본부 조은솔 기자
세종취재본부 조은솔 기자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국민 모두 공정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첫 공식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윤 정부는 과거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며 처음으로 인수위 시절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설치했고, 국정목표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내놓았다. 이후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국무회의를 통해 "지역이 스스로 동력을 찾고 발전해야 한다"며 "새롭게 출범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세종에 설치해 균형 발전의 구심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된 지방시대위원회는 '자문위'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비수도권에서는 '관련 정책을 포괄적·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조직 설치'를 요구해왔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인수위 시절 당초 '부총리급 독립 부처'로 구상한 것과도 배치된다. 반도체학과 수도권 대학 인원 확대,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제한 완화 등으로 지방시대가 아닌 반지방시대로 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터에 자문위 수준으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둘기가 가장 좋아하는 곡식은 콩이라고 한다. 해마다 농촌에서는 콩을 심고나면 호시탐탐 이를 노리는 비둘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인간이 남긴 음식 쓰레기를 주워 먹는 것은 물론 음식도 없는 바닥을 쪼아대는 비둘기에게 콩밭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일 것이다. 속담 중 하나인 '비둘기는 하늘을 날아도 마음은 콩밭을 못 잊는다'는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 비롯됐다. 콩맛을 본 비둘기는 온통 밭두렁의 콩에만 정신이 팔려 다른 볼일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역 곳곳을 날아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마음은 콩밭인 수도권에만 향하는 모습이다. '어디서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공정·자율·희망의 지방시대'라는 비전이 '실질적 기회를 찾으려면 서울로 가야만 하는 반지방시대'로 나아가지 않도록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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