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양수 화가·시인
임양수 화가·시인

반려견은 인간과 한번 인연을 맺으면 사랑과 믿음으로 배신을 하지 않는다. 웃을 줄은 몰라도 꼬리를 치며 짖어대는 정도로도 인간과 교감을 나눈다. 또한 인간에게 정신적 안정과 정서발달에 도움을 나눌 수 있어 영특한 반려동물로서 법적보호를 받는다.

나에게는 띠동갑 구순 누님 한 분이 계신다. 어린 시절에 필자를 업어 주던 누님인데 유복자 하나 얻은 후 초년 과부로 기구하게 살아오셨다. 어찌타 어렵고 외롭게 객지에서 살다가 여동생의 주선으로 고향 땅을 밟게 됐다. 노년기에 복부 수술 및 신경통으로 거동이 어려워지자 국가의 혜택으로 영세민아파트에 기거하신다. 어머니 생전에 홀로 된 딸이 가슴 저리다 못해 외로울 땐 반려견이 좋다시며 유성 장날에 하얀 발발이 한 마리를 사서 큰딸에게 안겨줬다. 누님은 좋아하며 '똘이'라고 이름도 지어 행불된 아들을 대하듯 가족의 연을 맺었다. 똘이와 산책도 하고 여러 해를 지내다 보니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던가, 강아지가 낑낑대고 냄새가 난다고 영세민들의 원성을 듣자 스트레스에 견디다 못해 똘이를 시골 아는 집에 맡겨놓고 오셨다. 그러나 강아지 생각으로 날 밤을 새우던 끝에 시골집에 가보니 '이게 웬일!' 지인께선 개가 밤새 낑낑대어 개장수에게 보내졌다고 했다. 황당한 나머지 추적한 결과 개장수를 찾아내었다. 철장 막 한쪽에 웅크리고 있던 똘이가 옛 주인을 보자 소스라치며 혼비백산 낑낑거리며 꼬리를 쳐댔다. 누님께선 누가 뭐라던 얼나간 사람처럼 강아지를 품에 안고 개 사육장을 빠져나왔다. "똘아! 누가 뭐래도 다시는 너와 헤어지지 않을 거야!"

누님은 똘이와 여러 해를 가족이 돼 살아왔다. 가끔은 혼자 말로 '개하고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는데 어린 개로 바꾸어 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내 생각을 돌리곤 했다. 손님이 찾아오면 똘이는 두 발을 모아 방아 찧듯 위아래로 흔들면서 다양한 묘기를 보여줬다.

허나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다더니 똘이도 늙어갔다. 진종일 엎드려 주인의 눈만 지그시 본다며 애가 곧 세상을 떠날 것 같다며 울먹였다. 똘이는 치아도 다 빠지고 관절염으로 무릎마다 물혹이 생겼다. 그러던 똘이는 천수를 다하고 생을 마감해 불곡리 부모님 산소 부근에 묻어주었다. '개 만 한 자식이 또 있을까?' 적막강산에 떠나간 똘이를 그리워했다.

삶의 언저리에서 반려동물들이 인간과 애환을 나누며 함께 산다. 세상일이 빠르게 흐르다 보니 가족 중심으로 개인주의적이다. 때론 정서적으로 메말라 인간 이하의 행위들이 매스컴을 달군다. 왜 세상 모두가 개를 나쁜 일에 비유하는지 그 풍조는 아이러니하다. 사랑을 초월한 반려동물들의 이야기처럼 이웃끼리 신의를 나누며 가슴 따뜻한 사회 풍조가 조성되길 기원한다.

임양수 화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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