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뉴댄스 국제페스티벌서 첫 합동 무대 꾸려
정수동·진아·건 남매 "서로 '다름'을 인정부터 시작"

지난 25일 정수동·진아·건(왼쪽부터)이 제21회 대전 뉴댄스 국제페스티벌 무대에 모였다. 사진=김소현 기자


한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시각과 환경 속 각자의 삶을 취득한 삼 남매가 지난 25일 제21회 대전 뉴댄스 국제페스티벌에서 한 무대에 올라 화제다. 대전 출신 무용가 정수동(38)과 동생 진아(36·여), 건(33)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생김새부터 성격과 안무스타일, 영감을 얻는 방식까지 모두 다르다. 첫째 수동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해 단백한 안무스타일은 가졌다. 이와 달리 평소 충동적인 성격을 가진 둘째 진아의 안무는 대체로 감정적이며, 막내 건은 서사적인 편이다. 영감을 얻는 방식 역시 차이를 보였다. 수동은 일상과 기억, 장소에서 영감을 얻는 반면 진아는 감정을 키워드로, 건은 감정을 이미지화하는 데에 주력하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각자의 색깔이 분명한 이들은 이번 합동 무대에 서기 위해 '다름'을 먼저 인정했다고 입모아 이야기했다.

수동은 "서로 갖고 있는 색깔이 다르다는 건 분명했고 이를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며 "이에 먼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무대를 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대는 '같은 환경이었지만 각자 다른 삶을 취득한 이들이 무대를 통해 합쳐졌을 때 오는 힘이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내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합동무대에 서기까지 삼 남매는 서로 버팀목이자 경쟁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둘째 진아는 "삼 남매 모두 힘든 현대 무용의 길을 접어서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분명 있었다"며 "그럴 때마다 서로 의지하면 힘든 과정 속 견디게 해준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각자의 위치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경쟁적인 심리도 작용하면서 더 성장한 부분도 있었다"며 "앞으로도 무용의 길에 있어 가장 큰 의지가 되는 버팀목이자 경쟁자 관계를 지속할 것"라고 강조했다.

30대에 접어든 이들은 이젠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수동은 "20대엔 그저 남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무용수였다"며 "타인의 무대를 따라하며 스킬과 방법을 취득한 결과, 30대인 지금 저의 이야기를 담아낸 무대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막내 건은 "시간이 갈수록 예술가는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작품을 만들면서 감정을 해소하고 새로운 영역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런 감정을 춤을 통해 표출하다 보니 내가 가장 치유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들은 한 무대에 서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수동은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향후 삼남매 프로젝트로 이어가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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