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목 서울본부 차장
백승목 서울본부 차장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 체제가 중대 기로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비대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한 심문이 28일 열린 가운데 국민의힘은 긴장감 속에 법원의 판단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통상적으로 비대위는 당내 역학 구도라는 한계 속에서 별 성과를 내지 못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역대 비대위는 선거 패배 같은 위기 속에서 '뭉쳐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이 당 구성원들 사이에 존재하기라도 했지만, 현재는 '국민의힘과 이준석' '당원과 당원'간 '불신'만 팽배한 점이 큰 문제다.

그 뿌리가 바로 '혐오'다. 결국 '조롱 정치'가 판을 치는 형국이 됐다.

이 전 대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문구가 적힌 시바견 사진을 게시했었다.

정 의원은 스스로 표현한 대로 독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새 정부 출범 후 넉 달 동안 보여준 국민의힘 내홍은 되짚어보기도 지겨울 정도다. 당헌을 개정해 '비상상황'의 요건을 구체화하긴 했지만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도 없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지긋지긋한 분란을 이어갈지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 의원은 "당 내분과 분열을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또 "친윤이니 무슨 윤핵관이니 하는 건 참 고약한 프레임"이라며 "윤핵관이라는 말 제발 그만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의힘이다. 새 정부 신주류의 과욕 탓이다. 당은 어떻게 되든 끝까지 사법부 판단에만 기대려는 이 전 대표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제 이 전 대표도 멈춰야 한다. 더 이상 나아가면 자기만 옳다는 생각,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의 아집으로 보여지기 십상이다. 대표로 있던 당을 계속 때리고 찌른다면 결국 그 피해는 이 전 대표 본인과 당, 국민이 입을 수밖에 없다. 여당이 내부 분란으로 세월을 보내는 건 민생경제로 고통받는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논어 '태백편'에 공자의 애제자 증자는 선비의 마음가짐과 품행을 이렇게 정의했다. "선비라면 도량이 넓어야 한다. 인(仁)으로써 그 할 바를 삼으니 그 또한 막중하지 않은가"

맡겨진 일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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