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림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조용림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다가오는 10월 9일은 576돌 한글날이다. 1926년 처음 열린 한글날 첫 기념식의 이름은 '가갸날'이었다. 그러다 1928년부터 '한글날'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글 역시 처음부터 '한글'이 아니었다. 독자들도 익히 알고 있듯이 '훈민정음'이었다. '훈민정음'은 책 이름과 문자 이름으로 쓰였으며, 그 이후 '언문(諺文)', '국문(國文)' 등으로 불리다 1912년 주시경의 『소리갈』에서 '한글'이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한글'은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문자로 널리 알려져 있고, '한글'과 '한국어' 배우기 열풍도 불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부산시가 '영어상용도시' 조성을 선언하였다.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은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 시민영어역량 강화, 영어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 조성,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분 선도' 등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가 발표한 '영어상용도시'는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를 계기로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사업가, 관광객들이 활동하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선제적으로 만들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도시, 외국인과 외국기업이 자유롭게 몰려드는 도시, 외국인이 사는데 편리하고 좋은 도시를 만들어 반드시 부산을 글로벌 허브 도시로 우뚝 서게 만들겠다."라고 하였다.

과연 그럴까? 첫째, '부산형 영어 공교육 혁신'으로 사교육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학교는 이미 배운 것을 시험 보는 곳이 아니라 배우지 않았던 것을 가르치는 곳이다. 6년 이상 배우는 영어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어 공교육의 교과과정을 개편하면 되는 것이다. 학급당 인원수 축소, 의사소통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영어교육이 진행될 때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둘째, '시민 영어역량 강화'로 영어로 시민들은 더욱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영어 필요성에 따라 성인학습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시예산을 들여 모든 시민에게 영어를 배우고 집중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셋째, '영어상용도시 인프라와 환경 조성' 등으로 예산이 낭비될 것이다. 이미 서울시, 서초구, 파주영어마을 등에서 시행된 영어마을 등은 실패한 사업 중 하나이다. 그런데 부산시에서 내세운 영어마을, 교육센터, 외국인 학교 유치 등은 실패를 답습하는 사업이며,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다.

넷째, '영어상용도시 공공부문 선도'로 시민들은 불편은 커질 것이다. 각종 공문서는 영어로 펼쳐져 시민들은 정책과 행정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각종 안내판 등도 한글, 알파벳 등으로 넘쳐 한눈에 파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영어 상용화로 부산시는 '대외 인지도', '도시브랜드 이미지 확보' 등을 내세우지만 그 피해는 오롯이 시민들이 입을 것이다.

부산시는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원한다. 필자도 응원한다. 그러나 세계박람회 유치와 영어상용도시 선언은 긴밀한 관계라고 볼 수 없다. 우리 대전시는 안녕한지, 시청 누리집을 살펴보았다. 첫 화면에 스마트시티쇼 홍보가 눈에 들어왔다.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가 대전에서 열린다는 내용과 함께 시민들의 참여를 권장하는 내용인데, 한눈에 읽히지 않는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하는 것인가. 주제가 쉽게 드러나고, 한 눈에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기관, 지자체의 정책이다. 일례로 주변의 아파트 이름까지 어렵다. 'OO트리풀시티레이크포레'. 기억하고 말하기 힘든 이름이다.

다가오는 한글날을 맞이해 우리 말글에 대한 올바른 사용이 필요할 때이다. 주시경 선생의 글을 새길 필요가 있다. "말은 사람과 사람의 뜻을 통하는 것이라. …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 글은 말을 담는 그릇이니 … 글은 또한 말을 닦는 기계니, 기계를 먼저 닦은 뒤에야 말을 잘 닦아 지나니라. … 말이 거칠면 그 말을 적는 글도 거칠어지고, 글이 거칠면 그 글로 쓰는 말도 거칠어지나니라. 말과 글이 거칠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이 다 거칠어지고, 말과 글이 다스리어지면 그 나라 사람의 뜻과 일도 다스리어지나니라. … 나라를 나아가게 하고자 … 먼저 그 말과 글을 다스린 뒤에야 되나리라."

조용림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