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아 작가의 '방어를 위하', '바로 서기'

조민아 작가 '방어를 위하'. 사진=대전 신세계갤러리 제공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 위에 놓인 평화라고 해야 할까. 조민아 작가의 회화는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긴장감이 자리한다.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다양한 행동을 하는 인물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점뿐이다.

의미가 불분명한 행동을 하는 인물들은 첫 개인전부터 현재까지 조민아의 작업에 공통으로 등장한다. 함께 존재함에도 고립된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 행동은 뜨겁기보다는 차갑고 인물과 인물, 상황과 상황은 적절한 거리를 두고 배치돼 있기에 충돌할 일 역시 없어 보인다. 디테일과 명암을 강조하지 않은 인물 표현의 평면성이나, 종이 위로 조금은 푹신할 것처럼 스며든 분채의 질감, 그리고 중간색 위주의 채색까지, 날카롭기보단 부드럽다. 그런데 이 부드러움은 긴장 위에 살짝 얹혀 있을 뿐이었다.

고통은 분명하나, 원인은 흐릿하고, 버티는 것 외에 해결책은 보이지 않을 때, 체념으로 해소되지 않는 불만이 조금씩 쌓여간다. 이는 조민아 작가만의 것은 아니다. '88만원 세대'로 불리다가 '헬조선'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80년대생 작가들의 청춘을 관통하는 정서가 바로 불안과 체념이고, 조민아의 초기 작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은 시대의 불안이 담겨 있다.

근래에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수가 줄어드는 대신 개별 인물의 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기존 작업에서 불분명하게 보였던 성별이 여성으로 확실히 됐다는 점이다. 규모가 줄어들어 작품과 감상자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 진만큼, 작품과 작가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청년'이라 불리는 '세대'를 보았던 시선이 그 내부의 차이까지 향하게 됐다.
 

조민아 작가 '바로 서기'. 사진=대전 신세계갤러리 제공

백지홍 대전 신세계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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