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2팀 정민지 기자
취재 2팀 정민지 기자

여느 때와 같았다. 다른 이들보다 조금 먼저 일과를 시작했을 뿐이었다. 평상시처럼 흘러가던 월요일 이른 아침은 검은 연기와 함께 대형 참사로 뒤덮였다. 26일 오전 7시 45분쯤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다. 이 사고로 아웃렛 개장 전 바삐 일하던 택배·청소·방재·물류 직원 7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그날 사고 현장에선 화재 진화가 시작되고 몇 시간이 지나도록 매캐한 연기가 이어졌다. 주변 공기는 칼칼함을 동반했다. 마침내 밖으로 뿜어 나오던 연기가 멎었음에도 불이 시작된 지하 1층은 열기와 유독가스로 가득했다. 불은 7시간여 만에 꺼졌어도 현장 진입과 수색이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다.

밀폐된 공간에 켜켜이 쌓인 종이박스와 의류는 피해 규모를 키웠을 뿐 아니라 연기가 퍼지는 속도 또한 높였다. "쇠파이프를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연기가 나더니 20-30초 만에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땅만 보고 비상계단을 통해 탈출했다. 문을 열고 나오니 검은 연기가 뒤따라 나왔다." 화재 직후 현장을 빠져나온 목격자의 진술이다.

경찰·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현장 합동감식반이 27-28일 이틀에 걸쳐 감식을 진행했지만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초 발화점은 추정됐지만 사고 현장이 모두 타버린 데다 수거한 잔해물 분석에는 2주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화재 가능성으로 거론됐던 전기차 충전소나 담배꽁초 등도 발견되지 않아 미궁 속이다.

이제 남은 건 철저한 화재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가 규정대로 잘 갖춰져 있고 작동됐는지를 밝히는 한편 앞으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날 사고의 처참함을 더하는 까맣게 그을린 아웃렛 외벽 앞에서 한 유족은 이 같이 외쳤다. "왜 최신식 소방시스템이 대형 화재로 이어져야 했는가." "왜 그들은 탈출하지 못했는가." "왜 35세 꽃다운 청년이 꽃도 못 피우고 부모 곁을 떠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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