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의 대전소방본부구조대. 사진=최은성

어제 오전 대전 용산동에 위치한 현대아울렛 지하 주차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과 목격자에 따르면 26일 오전 7시 45분쯤 아울렛 지하 1층 하역장 끝에서 불길이 치솟은 뒤 순식간에 하역장 전체를 뒤덮었다. 아침 출근길 사고 현장 주변을 지나던 대전시민들은 하늘로 치솟는 불길을 보면서 대형 사고를 직감했다고 한다. 이 화재로 안타깝게도 지하실에서 근무하던 8명 중 7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대형 사건·사고가 없기로 알려진 대전에서 수십 년 내 보기 드문 대형 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이날 화재는 중앙119구조본부와 대전 인근 4개 시·도의 9개 구조대가 출동하는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화재의 피해자들은 택배·청소·방재 업무 관련 관계자들로 파악됐다. 비교적 지하 주차장 구조를 잘 아는 사람들이지만 창졸지간에 벌어진 일이라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개장 전 화재가 발생해 고객이 없었고, 월요일 아침 시간이라 하역장 근무자도 많지 않아 더 큰 비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20년 6월 개점한 현대아울렛 대전점은 지하 2층 지상 7층 2개 동에 연면적 13만㎡ 규모로 280개 매장과 호텔(100실), 컨벤션센터, 영화관 등을 갖춘 복합 시설이다. 시민들의 왕래가 잦고 믿고 찾는 이런 대형 아울렛에서 참사가 벌어졌다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개점 2년밖에 안 된 대형 건물에서의 화재라는 사실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소방 당국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합동감식을 거쳐야겠지만 일차적으로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한 현대아울렛 측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전기차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다. 화재 발생 전 천장에 연기가 먼저 났고 쇠파이프를 내려치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는 목격자의 증언도 있다. 소방 장비의 작동 여부, 근무자들이 탈출하지 못한 이유 등도 자세히 밝혀야 한다. 화재의 직접 원인이 아니더라도 화재를 더 키운 요인이 있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는 일이야 말로 피해자와 유족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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