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기획팀장
 이은미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기획팀장

뜨거운 여름을 태풍이 집어삼키고 높고 파란 하늘을 가져다 줬다. 한낮의 따가운 볕은 이내 가을바람이 잠재우고 저녁이 되면 팔을 쓰윽쓰윽 쓸며 기분 좋은 찬기로부터 몸을 어루만지게 된다. 이 적당히 따가운 볕과 바람이 우리를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시작되면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축제의 왕국으로 변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한빛야시장:가을주(酒)간 감성, 남간정사 우암야행, 대전사이언스페스티 그 외에서 서구 힐링아트페스티벌, 대전 0시축제 등 크고 작은 축제들이 즐비하다. 지난 3년을 참아왔던 필자뿐만 아니라 대전 시민들에게 신남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

축제들을 살펴보면 지역명이나 특산물, 문화재를 앞세워 홍보의 수단으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가까운 충남 보령의 머드축제는 1994년 대천해수욕장 인근의 진흙을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대한민국 여름 대표축제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했다. 화장품이나 비누 등을 개발하여 상품화하고 머드축제기간은 물론이고 연간 상품 판매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있다.

올해로 68회를 맞이하는 '백제문화제'는 1955년부터 부여와 공주일대에서 열리는 역사재현형 축제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축제다. 무령왕을 주제로 한 창작뮤지컬, 지역주민들이 참가하는 웅진성 퍼레이드, 백제왕 추모제 등 종합문화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진주시는 '진주남강유등축제'의 역사성과 세계화를 인정받아 세계축제협회 미국본선대회에 출전해 '2022년 세계축제도시'로 선정됐다. 진주 남강의 잔잔한 물결 따라 유등을 띄워 진주대첩을 빛으로 재현해 낸 광경은 눈에만 담기 아까울 정도로 장관을 이루는 축제다. 필자도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아두었던 감동으로 그 시기가 되면 진주에 가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케이팝 열풍을 넘어 케이페스티벌이 세계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3년이라고 할 정도로 코로나로 움직이지 않았던 관광과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잠정 휴업이었던 축제들이 살아나고 있다. 곧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우리 지역의 축제는 어떠한가? 지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축제를 넘어 대전을 찾아 즐길 수 있는 축제인가? 민선 8기가 시작되며 폐지되거나 신설되고 타이틀을 변경해서 리모델링을 하는 대전 지역축제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궁금하다. 먹고 마시는 특색 없는 비슷비슷한 축제들…. 분명한 건 양적으로 늘어나는 축제가 아니라 질적으로 향상돼 흥청망청 예산을 까먹는다는 인식에서 지역의 돈이 흐르게 하는 경제적인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술이 연상되던 밤의 문화를 '문화재야행', '야간축제'라는 인식변화로 만들어내는 야간경제의 지각변동, 가지고 있는 재원으로 시작했던 예전의 축제들과는 다르게 이제는 콘텐츠 개발이 핵심이다. 10월이 되면 세계 최대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영어 October와 festival의 독일어합성어)가 독일 뮌헨에서 열린다. 독일하면 맥주가 연상되고 '옥토버페스트'는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의 축제이다. 대전이 연상되는 모두가 가고 싶은 그런 축제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본다.

이은미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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