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여약사이사
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여약사이사

처음 TV광고에 피임약이 나왔을 때 괜히 함께 있던 가족들을 의식해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예전에는 금기시했던 주제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교육의 목적으로 방송되는 것을 보며 새삼 시대가 바뀌었음을 느낀다. 피임약의 사용범위도 단순 피임의 목적이 아니라 생리 주기를 맞추는 등 다양해지면서 나에게 맞는 성분과 함량의 제품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피임에는 자연주기법, 기초체온법, 자궁내 장치, 수술, 경구피임약 복용 등의 방법이 있다.

이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경구 피임약의 복용이다. 경구 피임약은 난포의 성숙과 배란을 막아주며, 자궁내막을 얇게 유지시켜 수정란의 착상을 어렵게 만들고, 자궁경부 점액을 끈끈하게 만들어 정자가 자궁내로 이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 복용법은 생리 시작 첫날부터 21일간 일정시간 하루 한정씩 복용이며 22일째부터 일주일간 휴약을 한다. 생리 첫날부터 복용하는 이유는 자궁내벽이 무너진 후 얇은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해 착상을 더 어렵게 하기 위한 것과 난포성숙 자체를 초기에 막아주기 위함이다. 7일간 휴약을 하게 되면 급격한 estrogen, progesterone 감소로 자궁내벽이 허물어져 출혈이 나타나게 된다. 이를 활용해 요새는 단순 피임의 목적이 아닌 생리주기를 조절하는 목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주기 조절의 목적으로 복용 시에는 적어도 생리 예정일로부터 일주일 전부터, 안전하게는 10일 전부터 복용해야 한다.

경구 피임약은 성분과 함량에 따라 1-4세대로 나누어 진다.

1세대는 에치닐에스트라디올이 0.05mg이상 포함된 약을 말한다.

2세대는 에치닐에스트라디올이 0.03-0.035mg 포함된 약을 말하며 레보노게스텔을 함유한다. 흔히 약국에서 판매하는 에이리스, 미니보라, 다온, 트리퀼라가 속한다.

3세대는 에치닐에스트라디올이 0.02-0.03mg 포함하며 데소게스텔을 함유한 머시론, 센스데이, 바라온 과 게스토덴을 함유한 멜리안, 미뉴렛, 디어미, 마이보라, 그리고 노르게스틴메이트를 함유한 주사제와 패치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3세대의 경우 안드로겐성 작용이 낮으며 2세대에 비해 혈전 색전증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4세대는 드로스피레논 3mg과 에치닐에스트라디올 20mcg 복합제이며 병원 처방을 통해서만 복용 가능한 야즈가 대표적이다. 드로스피레논은 남성호르몬 작용을 억제해 중증도 여드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경구 피임약은 다른 방법에 비해 99%의 높은 피임효과를 나타내는 방법이다. 불규칙한 생리주기를 가진 여성에게 정확하게 생리주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며 생리통을 줄여주고, 생리양을 조절해 주는 순기능이 있다. 또한 복용을 중단하면 복용 전처럼 임신이 가능하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피임방법이지만 단점도 있다. 호르몬 복용으로 인한 체중증가, 부종, 오심, 구토 등의 이상증상이 복용을 중지하게 되는 가장 큰 부작용이다. 장기 복용할 경우 혈전 색전증, 본태성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증, 간선종, 담낭질환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매일 한 알씩 같은 시간대에 21일간 복용해야 하는 복용 방법상의 어려움이 있으며 복용을 잊게 되면 다른 피임법을 병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또한 35세 이상의 흡연여성의 경우 경구피임약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혈전생성의 위험 때문이다.

불가피한 경우 사후피임약을 복용하게 된다, 고용량의 호르몬을 투여해 호르몬의 체내 농도를 높게 하였다가 갑자기 호르몬의 농도가 낮아지면서 자궁 내벽을 무너지게 하는 원리이다. 사후 피임약은 24시간 내에 복용하면 피임 성공률이 95%이지만 48시간 이내는 85%, 72시간 내는 58%로 급격히 떨어지므로 24시간 내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성공률이 떨어지니 가급적 빨리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사후 피임약은 의사진료 후 처방전을 통해서만 약국에서 구매 가능하다. 고함량의 호르몬이 체내에 폭탄처럼 쏟아지므로 부정출혈, 배란장애 등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복용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여약사이사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