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기획운영실장
강영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기획운영실장

나는 얼마 전 은행 설립 관련 세미나에서 "대전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은행은 필요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대한민국에 새롭게 필요한 은행은 미국 실리콘밸리 안의 실리콘밸리은행그룹 같은 은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첨단 벤처기업의 요람이다. 많은 국가가 실리콘밸리를 탐하고 많은 도시가 제2의 실리콘밸리를 꿈꾼다. 실리콘밸리의 성공배경엔 세 가지가 있다. 우수한 기술이 첫째다. 1939년 휴렛패커드 창업 이래 수많은 벤처들이 세계의 신기술을 끌어가고 있다. 둘째는 스탠퍼드대학교 등 우수한 인재들의 역할이 컸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대부분의 IT기업들은 스탠퍼드대 출신들이 창업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실리콘밸리은행그룹이다. 그룹은 자회사로 은행, 자산운용, 자산운용자문을 두어 자금을 투자하고 지원했다.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 사모펀드를 주 고객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금융은 이들과 협업관계를 이뤄 기업의 성장단계별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통해 공생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부흥을 함께 일궈냈다.

지금 대한민국에 새로운 은행을 만드는 일은 실리콘밸리가 될 만한 여건을 갖춘 지역에 실제 실리콘밸리를 드는 만드는 대역사이며, 결국 실리콘밸리조성에 반드시 필요한 금융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기에 대전이다. 대전은 카이스트와 우수한 대학이 존재하기에 사람·교육과 R&D로 구성된 핵심기반역량에서 대한민국의 압도적 1위 도시다. 창업여건과 신산업기반시설 등 미래산업기반역량에서도 역시 압도적 1위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실제 창업을 희망하는 인재들이 대전을 떠나 서울과 판교로 향한다. 막강한 자본의 힘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좋은 육성시스템으로 인재를 키우는 곳, 정주여건이 갖춰진 살기 좋은 곳,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산업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 여기에 돈 걱정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금융이 막강한 곳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곳이 하나의 벨트로 묶여진 도시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 이런 도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이런 도시가 과연 있는가? 대전은 새로운 은행이 들어설 원오브뎀(one of them)의 도시가 아니다. 새로운 은행이 들어서야 할 유일한 도시다. 대한민국에 새롭게 필요한 은행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은 은행이어야 한다. 새로운 마을금고도, 국민은행도, 카카오뱅크도 아니고, 과거의 충청은행도 아니다. 오직 대한민국 인재가 대한민국의 새 먹거리, 4차 산업을 끌어가기 위한 투자를 전담하는, 미래를 끌어가는 은행이어야 한다.

이런 은행, 사실 서울에 들어설 수는 있다, 인재도 인프라도 정주여건도 모두 갖춰져 있기에. 그러나 이젠 지방도 먹고 살아야 한다. 그게 지역균형발전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은행은 미국의 맨하탄 1번지처럼 서울 여의도 금융가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처럼 인재-과학-벤처기업 생태계가 갖춰진 대전이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선거기간 중 대전을 방문하여 "중원 신산업 벨트와 대전 지역의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정부의 재정 투자도 중요하지만, 이 자금을 매개해줄 대형 금융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며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의 지역은행 설립을 강력히 피력했다. 새로운 금융은 기업금융중심 은행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금융은 기업의 미래 환경에 맞아야 하며, 말 그대로 뱅크(BANK)여야 한다. 창업인재를 육성하는 은행(Brain)이어야 한며,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은행(Agility)이어야 한다. 도전·개척의 은행(New Frontier)이어야 하고, 미래 한국을 이끄는 은행(K-Leading)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그 어디에 둘 것인가? 그래서 말하는 것이다. "대전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은행은 필요 없다"

강영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기획운영실장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