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양자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30분간 짧은 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정상 간 소통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한일 회담은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만남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양국 정상이 첫 단추를 꿴 만큼 양국의 외교 당국은 세부 현안에 대한 진전된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바란다.

두 정상의 만남은 교착 상태에 빠진 한일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내내 불편했던 관계를 개선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도 재확인했다. 특정 현안에 대해 합의한 것은 없지만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다만 당초 의제로 떠올랐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현안을 덮어두고 넘어가 아쉬움이 남는다. 회담 시간만 놓고 보면 티타임 수준에 불과해 현안을 풀어놓을 시간조차 없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럼에도 회담에 대한 사전 조율이 미숙했던 부분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정상회담이 확정되면 양국의 동시 발표가 관례인데 우리가 먼저 발표해 일본에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회담의 수준이 정상회담까지 가지 못한 점도 안타깝다. 우리는 '약식회담'으로 표현했고, 일본은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인 '간담'으로 의미를 축소했을 정도다. 모두 발언을 공개하지 않았고, 양국의 취재기자단도 없었다고 한다. 양국이 오랜 기간 감정싸움 등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식 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불발되고 '48초 환담'으로 끝난 사실도 되돌아봐야 한다. 물론 윤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진지한 협의를 이어가자고 화답했다고 하지만 깊이 있는 대화시간이 없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당이 이를 두고 '굴욕 외교', '아마추어 외교', '외교 참사'로 맹공을 퍼붓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의 정치 공세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참에 우리 외교 정책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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