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내외.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등 조문 외교를 마치고 미국을 방문중인 가운데 윤 대통령의 조문 불발과 관련해 야권이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야당으로서는 여권 공격용으로 좋은 소재라고 여기는 듯하다. 20일 하루에만 "국민은 왜 윤 대통령이 조문하지 못했는지 궁금해한다(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 "교통 통제를 감안하지 못했던 우리 쪽의 의전 문제도 있다"(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 등 비판을 이어갔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외교부에서 답변을 주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지만 향후 확인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에 여권도 잠자코 있을 리 만무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외교무대에서의 정상을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건 누워서 침 뱉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맞받았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대통령 외교 활동 중에는 여야가 정쟁을 자제하고 특히 대통령의 순방 활동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자제하고 삼가왔다"며 가세했다. 한덕수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장례 미사가 공식 행사"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번 조문 불발 건은 야권으로서는 석연치 않게 비칠 여지가 아주 없지 않았다 할 것이다. 조문과 장례 미사 참석 및 방명록 작성 등 일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조문 과정이 빠진 결과를 낳은 셈이니 이유와 사정을 떠나 모양새가 어색하게 비쳐지는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다만 같은 날 대통령실이 밝힌 논란의 경과와 배경을 들어보면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야권의 비판 포인트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왕실과의 조율로 이루어진 일정"임을 거듭 강조했다. 의전실수 혹은 상황 대처 미숙과는 별 인과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요컨대 조문 혼잡 상황을 감안한 시간분배 차원이었고 그러면서 다수의 정상급 인사들 명단을 예시하기도 했다.

요약하면 교통상황이 안 좋았고 그래서 영국 왕실측이 참배와 조문록 작성을 도착 다음날에 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문 취소, 조문 불발은 실제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왕실 요청을 충실히 따라 그렇게 한 것"을 놓고 외교·의전팀의 귀책으로 몰아간다면 그것처럼 곤란한 일도 없을 것이다. 미심쩍다면 대통령 귀국 후 따져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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