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노인 우울증, 인지기능 저하 등으로 혼자서 또는 자녀와 함께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감염병 자체로 인한 영향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및 환자, 접촉자의 격리로 인해 불안,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노인층에게는 더욱 악영향을 미쳤다. 최근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인 한국인의 인지 노화와 치매에 관한 전향적 연구(KLOSCAD)에서 발표한 것을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전체 노년기 우울증의 발병 위험은 팬데믹 전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고했다. 또한 우울증 기왕력이 없던 노인의 경우에도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우울증 발병 위험은 2.4배 증가했다.

생애 주기상 노년기는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녀들이 독립하고, 신체적 노화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질병에 이환되고, 배우자와의 사별 및 사회적 지지의 결핍 등의 생활 사건이 생기면서 우울감에 취약해지기 쉽다.

노년기의 우울증은 성인들의 우울증과 다른 특징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감, 무기력감, 불안, 식욕 및 수면 장애이나, 노년기의 우울증은 자신의 우울증상 등 심리적인 상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대신 다른 모호한 신체 증상(피로감, 두통, 전신 통증, 소화 불량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치매가 아님에도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치매를 염려해서 노인정신건강클리닉에 내원하는 노인 환자 중에 적잖은 수가 노인 우울증으로 진단받기도 한다. 그래서 이를 '가성치매 (假性癡)'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노년기 우울증이 치매의 전구증상일 수도 있다. 특히 고혈압이나 뇌졸중 등으로 뇌혈관계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는 감정을 조절하는 뇌 영역에 문제가 생겨 우울감도 발생하고, 인지기능 저하도 진행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특히나 20-30대 젊은 나이부터 우울증이 발생해서 나이 들어서까지 지속되는 것이 아닌, 젊어서는 괜찮았다가 중년 이후에 발생하는 '만발성 우울증'인 경우에는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고, 이런 경우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치매로 이어질 수 있는 노년기 우울증은 대부분 우울증 초기부터 집중력 저하를 동반한 인지기능 저하를 호소하거나, 우울증상은 좋아졌음에도 인지기능 저하는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경과를 보인다면 치매의 원인이 되는 퇴행성뇌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필히 감별해봐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뿐만 아니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만성질환(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잘 관리하고 치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규칙적인 생활습관의 유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이를 유지하는 것이 특히나 노년층에게는 더 어려워졌다. 시간 맞춰 출근 해야 하는 직장이나, 자녀들의 출가로 챙겨 줘야 할 일들이 없다면 생활습관이 불규칙해지기 쉬우니, 가까운 공원에 매일 같은 시간에 나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또한 가능하다면 노동을 통해서 작은 수입을 유지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스스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고 지속적인 사회 활동을 통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생활을 하면서 고립감이나 외로움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노년기 우울증을 노년기에 찾아오는 당연한 현상으로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력히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신체적 불편감의 신호가 우울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살펴봐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에 비해 치료 반응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 발생양상에 따라 치매 등 감별해야 하는 점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진단을 받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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