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대전은 '유잼(有재미)' 도시였다. 당시 대전엑스포에는 전 세계 약 60개국이 참여했으며 무려 1500만 명이 대전을 방문했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국민이라면 그 시기 "대전 갔다 왔냐"는 게 인사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야말로 대전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간선도로·하천·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이 크게 확충됐고, 1995년 인구수에서 광주를 앞지르고 전국 5대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시민의식도 한층 높아졌다. 대전은 엑스포 개최 이후 10여 년 동안 그 후광효과까지 충분히 누렸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대전하면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엑스포 이후 지역에서 다시 한번 가장 큰 국제 행사가 열린다. 바로 오는 10월 10일부터 대전에서 개막하는 세계지방정부(UCLG) 총회다. 공식 회의 외 K-팝 콘서트, 세계시민축제, 스마트시티 전시회 등 다채로운 연계 행사가 닷새 동안 한밭벌을 달굴 예정이다.
대전은 '과학수도' 대전을 세계에 알리고, 세계지방정부와 대전시민이 함께하는 국제행사로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20일부터 미국과 유럽 등 외교무대 데뷔전에서 UGLG 홍보전을 펼친다.
오는 2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UCLG 중동·서아시아 사무국을 방문해 마흐메트 두만 사무총장을 만나 UCLG 총회에 회원도시 참여 홍보를 요청한다.
UCLG는 전 세계 지방자치단체의 '유엔'으로 불릴 정도로 위상이 높다.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를 국제도시 간 서로 협력하고 경험을 공유해 함께 풀어나가기 위해 결성됐다. 유엔이 인정한 세계 최대 지방정부 국제기구로 140여 개국 24만여 지방정부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번 대전 UCLG총회에는 세계 1000여 개 지방정부 및 지방정부 협의체가 참석할 계획이다.
물론 UCLG가 엑스포에 버금가는 파급력을 지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대가 변했고,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엑스포 이후 지역에서 치러지는 가장 큰 국제행사라는 상징성에 비춰볼 때,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UCLG 총회 주제 역시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로 나아가는 시민의 도시'다. 이장우 대전시장의 'UCLG 외교 성과'가 다시 한번 대전엑스포의 좋은 기억으로 재현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