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목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근 정부가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 건설 계획'으로 추진단 발족과 건립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해 2027년 세종집무실을 준공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시계추가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세종시 부동산시장은 뒷걸음치고 있다. 세종시는 2016년 조정대상지역과 2017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비수도권지역에서는 유일하게 3중 규제지역으로 남아있다. 비록 단기적 집값이 급상승했지만, 그 이전에는 매우 안정적이었고 이후에는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집값이 폭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주택통계가 작성되기 시작된 2012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세종시의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7.75%로 동일 기간의 전국 9.08%, 서울 26.85%, 대전 14.05% 상승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된 시장이었다. 2020년 당시 여당 원내대표의 세종시 국회 이전에 대한 발언 이후 2020년 아파트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감에 의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21년 중반기부터 아파트가격은 하락세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7월부터 현재까지 2년 동안 아파트가격 상승률은 전국 4.56%, 서울 3.05%, 대전 2.52%인 반면, 세종시는 -8.47%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며 아파트가격이 폭락하면서 팔려고 내놓은 물량이 쌓여가고 있다. 현재까지 58주간 아파트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전례 없는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규제 완화 지역에 세종시는 포함되지 못했다. 지난 7월 1일자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의 경우, 최근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청약경쟁률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잠재적인 매수세가 유지 중인 것으로 보고, 현행 규제지역 지정을 유지키로 했다"고 규제 유지 사유를 밝혔다.

과연 국토교통부의 판단이 옳은 것일까? 2018-2027 세종특별자치시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연간 1만 세대 이상의 주택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로 공공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제외한 민간아파트 분양은 2021년 2700여 세대, 2022년 현재에는 560세대 정도밖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집값이 크게 하락하는데도 불구하고 공급량이 적은 분양시장에서 높은 청약경쟁률로 인해 잠재적 매수세가 유지 중이라는 해석으로 규제를 해제하지 못한다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한편으로 세종시 아파트 분양은 전국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전기관 특별공급 폐지 이후 최초 공급한 아파트 분양에는 기타지역 청약경쟁률이 평균 180대 1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최근 분양에서는 전체 청약자의 85%인 20만 명 이상이 기타지역에서 청약했으며 이중 일부 규모의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2471대 1로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기타지역 당첨자의 절반 정도는 세종시로 전입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결국 기타지역 공급이 세종시의 청약 과열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세종시 무주택 시민들의 주거 불안정을 해소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종시의 무주택 가구비율은 47.5%로 조사됐다. 과열된 청약시장의 부작용을 낮추고 세종시민들의 주거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서 기타지역 비율을 축소하고 지역 우선공급 비율을 현실성 있게 확대하는 청약제도 개선이 추진되어야 하는 배경이 된다.

현재 세종시 부동산시장은 1년 이상 빙하기에 있다. 최근 거래절벽으로 중개업소들의 휴폐업이 늘어나고, 이사업체들도 일감이 없어 고사직전에 놓여 생계에도 위협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 내집마련을 위해 기다리는 무주택자들의 애타는 목마름도 해소해야 할 것이다.

고사성어로 갈이천정(渴而穿井) 즉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일이 닥친 뒤 서두르며 허둥대고, 상황이 다급해진 뒤에 후회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행정수도 세종시 부동산시장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세종시 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부동산대책이 절실한 때이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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