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준 산림청 수목원조성사업단 주무관
민병준 산림청 수목원조성사업단 주무관

새만금에 바닷물이 빠지고 대지가 드러나자 언제부턴가 식물이 들어와 터를 이루고 있다. 나문재, 해홍나물 등이 알록달록하게 자라나 멀리서 보면 마치 푹신한 양탄자 마을 같다.

기억을 거슬러 2018년 초 대전정부청사에서 차로 약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새만금 간척지는 넓은 벌판에 소금기 있는 바람만 불 뿐,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이곳에 수목원을 조성한다니 좀 걱정스러웠던 것이 새만금과의 만남의 시작이었다.

2019년 간척지에 조성한 수목원 사례조사를 위해 싱가포르의'Gardens By The Bay'를 방문했을 때 많은 사람이 수목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것을 봤다. 인적 없는 간척지에 불과했던 곳이 수목원을 조성한 후 연간 60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명소로 거듭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새만금은 기존에 조성한 백두대간이나 세종수목원과 너무 달라 기본계획 단계부터 고민이 깊었다. 강한 해풍과 토양 내 염분은 식물이 자라기에 열악한 조건이었고, 평평한 간척지에 입체감 있는 경관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토사의 확보도 문제였다.

해법을 찾기 위해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고,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며 토론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2019년부터 시작한 '새만금 내 식물 생육 연구'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해풍은 13m 높이의 인공 숲으로 막고, 염분은 배수로와 쇄석을 깔아 빼내며, 양질의 흙을 뿌리가 자라는 부분까지 성토하면 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이다. 또한 토사는 인공호수를 만들어 파낸 흙이면 충분하다는 답을 얻었다.

지금 새만금수목원은 매립공사가 한창이다. 2026년까지 온실 식물돔과 12개 주제전시원을 만들어 맹그로브와 국내에서 자생하는 멀구슬, 모감주나무 등 12만여 본의 식물을 심게 된다. 현재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구역은 해안·염생식물의 자연천이과정을 연구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027년 수목원이 개원할 즈음, 새만금 곳곳에는 도로가 확충되고 수변도시, 농업테마파크 등 여러 시설이 들어설 것이다. 스산했던 간척지는 사람들이 찾아와 여가를 즐기는 아늑하고 소중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새만금수목원이 'Gardens By The Bay'처럼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명품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 본다.

민병준 산림청 수목원조성사업단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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