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사
김옥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사

'꼰대'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다. 2019년 9월 영국 BBC 방송 오늘의 단어 코너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인 양 소개되는 모습이 갑질(Gapjil) 이후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자신은 늘 옳고, 다른 사람은 늘 틀리다고 하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됐지만, 근래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하는 사람을 통틀어 말한다.

각 세대별 꼰대의 이미지에 대해 살펴보면 5060세대는 본인이 꼰대인 줄 알기 때문에 꼰대 소리를 들을까 알아서 조심한단다. 나부터도 직장에서 꼰대질을 할 만큼의 지위도 권위도 없지만 N86세대이기 때문에 꼰대라 칭하는 말이 두려워 후배들에게 어쭙잖은 조언 따위나 '라떼는' 등이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지금 40대가 된 X세대는 신세대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세대로 현재 조직의 차·부장급 또는 임원이 가장 많은 세대이며 조만간 50을 바라보는 '상꼰대'가 됐다. 이들은 스스로 본인들은 5060세대와 다르다며 꼰대라 부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낀 세대로서 억울함을 표현한다. 그러나 MZ세대 시각에는 다 같은 동급의 꼰대로 보인다는 것이며 오히려 자신들이 꼰대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답도 없는 꼰대세대라 한다.

꼰대는 내림차순이라고 표현했던 어느 작가의 말처럼 MZ세대 역시 꼰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MZ세대는 오히려 그들이 지닌 엄청난 스펙과 디지털 친화력에 따른 막강한 정보력으로 무장된 세대이다. 이들 젊은 세대는 4050 기성세대는 물론 바로 윗세대에게 역꼰대질을 하면서 꼰대의 대망에 합류하고 있는 '꼰망주'인 셈이다. 이들 꼰망주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과 의견이 다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꼰대 취급부터 하니 조직의 리더 등은 참다운 조언, 충고, 지도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 보인다.

기원전 1700년 경의 수메르 점토판에 새겨진 내용이나 소크라테스가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한탄한 내용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느 시대건 나이 많은 사람이 꼰대 행동을 보이고 젊은 세대들에게 꼰대 취급받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선배세대는 후배세대를 포기하고 후배세대도 선배세대를 포기할 수 있으며 꼰대질하는 모든 세대는 도태된다고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타성에 젖은 통념과 낡은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고집불통의 모든 세대는 꼰대였고 꼰대이며 꼰망주이다. 그러니 특히 사회지도자, 정치인, 조직 내 리더는 물론 단순 연장자조차도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니 '내 말대로 해'라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선을 넘는 세대와 선 긋는 세대, 꼰대로 몰던 세대가 역꼰대질을 하는 세대와 함께 살고 있지만 시시껄렁한 나까지도 세대 공감에 관해 노력해야 할 의무감 같은 것이 드는 것은 어른으로 철이 들려고 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세대 간 공감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과 젊은세대와 공감을 많이 할수록 꼰대에서 멀어지는 프리미엄 에이지, '참다운 리더'가 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기성세대에 대한 고정틀 깨기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트렌드와 역사의 발전 방향성은 언제나 젊은 세대들이 주인공이었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럴 것이다. 기성세대는 타성에 젖은 낡은 사고를 강요하지 말고 젊은세대와 함께 공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틀딱충'이란 단어가 갑질, 꼰대 다음으로 소개되거나 그보다 더욱 매몰찬 단어로 까이고 도태되기 전에.
 

김옥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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