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보름달이 뜨고 졌다. 올해 한가위 보름달은 100년 만에 가장 둥글고 완전한 달이라고 해서 더 눈길을 끌었다. 달과 지구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유독 달이 크게 보이는 현상을 '슈퍼문'이라고 부른다. 1979년 한 점성가가 만든 단어로 공식 천문학 용어는 아니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전세계에 슈퍼문 출현이 잦았다. 달과 지구 거리는 약 38만 4400㎞. 슈퍼문이 아니라도 2022년 한반도 사람들에게 달은 심정적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8월 5일 미국 스페이스엑스사의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떠난 다누리호 때문이다.

다누리호는 한국 최초의 달 탐사용 궤도선이다. 계획된 항로를 순항중인 다누리호는 오는 12월 달 상공 100㎞ 궤도에 근접해 1년간 관측과 탐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다누리호에 앞서 지난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 발사로 세계 7번째 우주강국 대열에 진입했다. 누리호나 다누리호 발사 성공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크게 기여했다. 대전도 포함해 충청도에는 항우연 보다 몇 세기 앞서 일찍 하늘(天)의 세계에 눈 뜬 과학자가 있다. 천안 태생의 담헌 홍대용이다.

1731년 천원군 수신면 장산리 수촌마을에서 태어난 홍대용은 저서 '의산문답'을 통해 지구 지전설을 조선 최초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의 코페르니쿠스라고도 불린다. 관념천, 인격천, 자연천의 세 가지 하늘에 주목하며 평등세상을 꿈 꾼 홍대용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사상가로서 면모도 지녔다. 1762년 집 한쪽에 '농수각'이라는 최초의 개인 사설천문대도 완성했다. 농수각은 "해와 달은 조롱 속의 새요 하늘과 땅은 물위의 부평초"라는 두보의 시 구절 "日月籠中鳥 乾坤水上萍" 에서 따왔다.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에는 농수각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그의 생가터가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다.

과학계는 그의 업적을 기려 2000년대 초반 발견한 소행성에 홍대용의 이름을 헌정했다. 지역사회에서는 홍대용의 생가지를 정비하고 농수각을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진척은 더디다. 우주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지금이야말로 홍대용 선양사업 추진에 적기가 아닐까? "조선에 과학의 용기를 드러냈다(고은 시, 홍대용)"고 칭송된 선인을 부평초처럼 대우하는 것도 몰염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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