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덕 대전중구문화원 사무국장
박경덕 대전중구문화원 사무국장

우리 민족 최고 교육기관의 맥을 잇고 있는 성균관의 '성균관 의례정립 위원회'가 지난 5일 '차례상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명절마다 모이게 되는 가족들의 의례에 한 획을 긋는 발표였다.

추석을 맞이하며 차례상을 준비하던 대다수 가정들은 작은 충격을 받았을 듯하다. 지금까지 맹신했던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 등의 근거가 희박했다는 사실이다.

명절 때마다 음식 장만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족 간의 소소한 갈등이 뉴스에 오르내리던 것에 비춰보면 시의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차례상을 준비하고 손님맞이를 위해 명절마다 음식 준비로 평일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던 분들의 노고를 덜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보인다.

특별한 때에 돌아가신 조상들을 기억하고 살아있는 자손들이 하나 돼 가족의 연대감을 재확인하는 자리로써 차례상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자면 그 본연의 목적을 지켜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살아있는 자들이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수단으로서 차례상은 그동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경직됨을 보여준 것이 사실이고 이런 문제들이 사회 갈등으로 대두된 지도 오래전 일이기도 하다.

조상을 위해 자손된 도리로서 정성을 다하는 모습으로도 족할 차례를 형식에 얽매여, 내용보다는 겉모습을 지키는 것에 몰두하지 않았는가 반성해 보게 된다. 아마도 각 가정들의 자신감과 자존감의 부족으로 나의 사정보다는 다른 가족, 이웃들의 눈치를 더 보는 것에서 온 결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차례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의례에 거품이 많음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혼례', '상례', '제례' 등 대표적인 의례 외에도 가정에서 기념하고자 하는 모든 대소사를 치르려 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가정사를 치르는데 불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은 작용을 한다. 본연의 목적은 상실하고 의례를 치르기 위해 많은 수고와 낭비가 뒤따른다. 바로 이것이 허례허식인 것이다.

우리나라 법으로 이미 '건전가정의례준칙'을 통해 간략하게나마 의례에 대한 정의와 절차에 대해 간소화를 추진했으나 아직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담론의 소재를 던져준 성균관의 변화를 반가워하며 이제는 각 가정에서도 가정의례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듯하다.

변화의 방향은 명확하다. 지금부터라도 불필요한 요식은 빼고 각종 가정의례들이 목적에 부합한 모습으로 각 가정의 사정에 맞춰 아름다운 전통을 지키며 예절에 흐트러짐 없이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갖춰 나가길 바란다.

박경덕 대전중구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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