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지향성개선팀장

최근 발달장애인을 소재로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주인공은 현실과 다르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회에서 소외되고 존중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신체·정신적 불편이 있더라도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주체이자 사회에서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지난 2021년 국회에서 (사)한국장애인부모회와 국회의원 강선우(더불어민주당)·이종성(국민의힘) 공동 주최로 '발달장애인의 계약상 피해와 법제도적 개선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토론회는 발달장애인을 둘러싼 소비자거래의 부당함을 살펴보고 피해구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시장에서 이들은 소비자로서 자립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소비시장에서 장애인들은 부당한 사업자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시장경제 속에서 장애인 역시 소비자로서 동등한 법률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소비자기본법'의 소비자 개념에서는 장애인을 특별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다.

다만, 소비생활에서 안전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 노약자, 결혼이민자와 더불어 안전취약계층으로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소비자기본법 제45조). 이처럼 장애인도 소비자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소비자로서 권리주장을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최근 장애인의 시민으로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장애인 복지는 사람중심지원(Person-centered approach), 권리중심실천(Right-based practice), 장애인의 사회적 포함(Social inclusion) 등의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장애인 삶의 단면, 일상의 권리 회복 등을 재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장애인들은 소비자로서 살아가게 될테지만,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 2022년 8월 17일 제9차 소비자정책위원회는 식품에서의 점자표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식품 필수정보에 대한 점자표기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비록 식품분야에 한정되고 시각장애인에 국한되긴 하지만, 소비자로서 장애인들의 권리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 외에도 한국소비자원은 의약품 점자표시 가이드라인 제정 촉구, 공원 내 장애인용 화장실 안전확보 등 장애인의 소비자 권익증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앞으로도 장애인이 소비사회에서 평범한 소비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해가고자 한다.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지향성개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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