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즐길 때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영화다. 가족이나 친척과 함께 영화관을 찾을 수도 있고, 한가로이 TV 앞에서 추석 특선 영화를 기다릴 수도 있다. 대전영화인협회가 가족과 친구 등 소중한 사람의 이야기를 주제로 연휴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 볼 만한 영화 5편을 추천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어느 날 벼락처럼 나타난 철수(차승원)의 딸 샛별(엄채영)은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의젓한 모습으로 철수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오랜 병원 생활 탓에 조금 더 일찍 철이 든 샛별에게도 난생처음 만난 아빠의 존재가 낯설기는 마찬가지. 서로의 존재를 실감하기도 전에 철수는 딸의 병원 탈출을 목격하고 딸을 따라 나서는데, 아직은 어색한 초보 부녀의 예측 불가 스토리가 펼쳐진다. 특히 영화에는 지난 2003년 2월 대구 중앙로역에서 발생했던 지하철 참사 실화가 담겨 눈길을 끈다.


 

◇수상한 그녀=욕쟁이 칠순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이 사진관에 들러 영정 사진을 찍은 뒤 20대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대로 돌아간 주인공은 오드리 헵번에서 딴 오두리(심은경)가 돼 젊음을 즐긴다. 손자 반지하(진영)의 밴드에 들어가 보컬까지 하면서 젊음을 즐기는 주인공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 결국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코미디 요소가 가미된 이 영화는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지금은 늙어버린 노인에게도 젊었을 적 꿨던 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특히 개봉 당시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작품이다.


 

◇82년생 김지영=영화는 원작인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언니와 함께 세계 일주를 꿈꾸던 어린 시절을 지나 커리어 우먼에 대한 동경과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사회 초년생,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인 대현(공유)과 결혼으로 설레던 신혼 시절의 지영(정유미)은 딸 아영을 임신한 뒤로 가슴 한 켠이 내려앉는 것 같고 심적으로 답답한 증세를 겪는 산후우울증에 시달리게 된다. 때론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오늘과 다름없을 내일이 반복되는 현실에 왠지 모를 불안과 막막함을 느낀다. 그런데도 늘 괜찮다고 웃어 보이며 담담하던 지영이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 다른 누군가가 돼 토해내는 말들은 모두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현실의 힘듦과 아픔이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왔던 남편과 가족들이 지영으로 인해 변화하고 서로를 보듬는 과정은 영화의 또 다른 축을 이루며 감정의 진폭을 키운다.


 

◇말임씨를 부탁해= 영화는 효자 코스프레를 하는 아들과 가족 코스프레를 하는 요양보호사 사이에 낀 85세 정말임(김영옥) 여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자 관계의 말임과 종욱(김영민)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 종욱은 말임이 있는 대구로 가끔 내려와 살피는데 말임은 귀찮아 하면서도 아들을 위해 반찬을 만들거나 청소를 하면서 마음을 표현한다. 하지만 이 모자는 마음으로는 애틋해 하면서도 정작 말로는 모진 말만 해버려 마음의 상처를 준다. 그러던 중 말임의 팔이 부러지면서 충격으로 일시적인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고 종욱은 말임을 돌봐줄 요양보호사 미선(박성연)을 부른다. 여태껏 혼자 살아온 말임은 자신을 도우러 온 미선이 불편하지만 어느새 정을 붙이게 된다. 고령화 시대 부양 부담 문제와 대안가족이라는 현실적인 주제를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솔직하고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안한다.
 

◇닥터두리틀=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능력을 가진 닥터 두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 왕국을 구하기 위해 동물들과 함께 놀라운 모험을 떠나는 판타지 어드벤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세상과 단절된 채 동물들과 지내던 두리틀은 여왕에게 불치병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한다. 동시에 왕국마저 위험에 빠지게 된 절체절명의 상황, 두리틀은 자신의 능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동물 친구들과 함께 세상을 구하기 위해 두려움을 안고 바다 건너 신비의 섬으로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아이언맨'과 '어벤져스' 시리즈 이후 처음으로 아이언맨 수트를 벗고 스크린에 컴백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닥터 두리틀 역을 맡아 동물들과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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