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5시 대전 오정동농수산물시장…이른 출하에 과일·채소값 천차만별
8월 신선식품지수지수 전년 대비 13.5% 상승…장마에 물량 부족 고물가 견인

3일 새벽 5시 대전 대덕구 오정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배추들이 쌓여있다. 사진=백유진 기자

추석을 일주일 앞둔 3일 새벽 5시, 대전 오정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는 이른 새벽임에도 30-40명의 중도매인들이 보다 저렴하고 질 좋은 포도를 낙찰받기 위해 경매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중도매인 박모(50대·유성구)씨는 "추석이 다가올수록 과일과 채소는 품목에 따라 가격이 극단을 달린다"며 "포도는 태풍 소식에 작업이 늘어 예년보다 가격이 급감했지만, 다른 과일은 나날이 값이 뛰고 있어 물건을 사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과일 중 특히 포도값이 예년과 달리 낮아 시장 경매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었다. 평소 낙찰가 2만원이 넘는 머루포도(3㎏)가 이날 1만원에 낙찰되자 경매사 A씨는 "최상급 포도인데 가격이 왜 이러냐"며 (중도매인들에게)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다른 대부분의 과일값은 2-3배 가까이 올랐다. 또 다른 경매사 B씨(40대·중구)는 "멜론은 한 상자(2-3개입)에 평균 2만3000원 정도인데 어제는 4만1000원에 낙찰됐다. 침수 피해로 가뜩이나 물량이 부족한데, 이른 추석으로 전 품목이 3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라며 "지난해 평균 3만원하던 수박(2통)은 5만원에 낙찰됐고, 대추(2㎏)는 2만5000원에서 5만원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 신선식품지수는 38.1로, 전년 동월 대비 13.5%, 전월보다 4.6% 상승했다. 채소와 과일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25.6%, 5.6% 올랐다. 품목별로 사과는 전월 대비 9.7%, 수박은 8.6% 올랐으며 포도는 5.5% 감소했다.

채소 중에는 배춧값 상승이 두드러졌다. 야채 중도매인 김모(56)씨는 "한 달 전 배추 1망(3포기) 가격이 2만원대였는데, 대목이 다가오면서 3만원을 넘더니 오늘 3만5000원에 팔렸다"며 "폭우로 산지 농사가 힘들어지고, 물량이 부족한데다 추석이 빨리 오면서 배추가 점점 귀해지고 있다"고 했다.

40년째 배추 중도매업을 해온 차모(70대)씨도 "좋은 배추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데, 비싼 가격에 낙찰 받은 상품들조차 소비자들에게 다시 고가에 팔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손해보고 팔고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며 "이렇게 물량이 없고 가격이 치솟은 건 10년 만에 처음이다. 올 추석에는 상인들조차 고기 한근 사 먹기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 중도매인은 "계속된 경기침체로 다들 힘들겠지만 전통시장 역시 갈수록 손님이 줄고 있어 상인들도 걱정이 많다"며 "정부차원에서 전통시장 이용 활성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새벽 5시 대전 대덕구 오정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포도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백유진 기자
3일 새벽 5시 대전 대덕구 오정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도매상인들이 포도를 검수하고 있다. 사진=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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