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매년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은 세계 경제전문가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이후의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 심포지엄에서 행해지는 미국 연방준비위(연준) 의장의 연설은 가장 큰 주목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곧 당시의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과 그에 대한 대응으로써의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난달 26일에 있었던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의 잭슨 홀 연설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그 후 세계 경제에도 큰 충격을 가져다 줬다. 연설이 있은 다음 날 미국의 다우지수는 1008포인트(3.0%) 하락했으며 채권금리도 크게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도 29일에 55.5포인트(2.24%) 하락했고 환율도 1345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 연설에서 파월은 지금까지의 금리인상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에 불충분하며, 연준은 물가안정을 위해 다소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금리를 더 인상하는 긴축정책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축시키는 것이 가계나 기업에게 고통을 가져다 주게 되겠지만, 물가안정을 유지하게 못하게 되면 보다 더 큰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파월의 연설은 예전의 심포지엄 연설과는 주제나 형식이 매우 다를 뿐만 아니라, 내용도 월가 등 경제·금융계의 기대와는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그 충격과 영향이 더 컸다. 예전의 연설은 주로 경제의 구조변화와 그에 따른 통화정책에 대한 도전에 대응해 통화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다소 폭 넓은 주제를 다뤘다. 형식도 좀 더 길고 포괄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설은 당면한 인플레이션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재화시장이나 노동시장에서의 초과수요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리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어떻게 억제할 것인지, 또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정책이 왜 머뭇거림 없이 과감하게 취해져야 하는지를 설명하는데 연설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또한 그 형식도 인플레이션 대응에만 초점을 맞춰 짧고 구체적인 논의 전개 방식을 취했다. 이전의 연설에서는 고인플레이션 시기의 인플레이션 억제 정책, 금융위기 발생에 대응한 금융안정 정책, 저금리와 저인플레이션하에서의 새로운 통화정책 방향 등과 같은 경제구조 변화와 그에 따른 통화정책 도전과 과제라는 다소 이론적이고 포괄적인 논의를 전개했었다.

더욱이 이번 연설은 현재의 미국경제 상태를 경제성장의 강한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또 노동시장도 매우 타이트해 초과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함으로써 일부 경기침체 가능성이나 스태그플레이션 예상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들이 통화당국의 강력한 긴축정책 방향을 예측하게 하고 그만큼 충격도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심포지엄이 열리는 잭슨레이크 호텔은 잭슨호수와 만년설의 로키산맥이 앞에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다. 밖의 아름답고 여유로운 풍경과는 달리 파월의 연설은 단호하고 결의에 차있다. 그만큼 미국경제의 인플레이션 공포가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결의가 가뜩이나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제를 더욱 더 악화시켜 경제주체들의 고통을 너무 크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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