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K리그2 진출 사실상 확정
지속적인 예산확보 투자가 성공의 관건
천안·아산 스포츠도시 위상 동반 제고 기대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염치 불구하고 도의원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산 더 주십쇼."

지난해 강원도의회 행정감사 자리에서 강원FC 이영표 대표이사가 과오에 대해 사과한 뒤 덧붙인 마지막 말이다. 진정한 축구발전과 사랑을 위해 낸 용기가 많은 축구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창단 16년 만에 프로축구리그에 진출한 '시민구단' 천안시축구단이 언젠가 해야 할 말일 수 있다.

지난 2007년 창단한 천안시청 축구단은 이듬해인 2008년부터 실업리그인 내셔널리그에 참가했다. 당시 이 리그에서는 8~16개팀이 기량을 겨루며 우열을 가렸다. 이후 내셔널리그와 K리그3가 합쳐졌고, 현재 K리그1과 K리그2, K리그3 등이 1~3부로 나눠졌다.

K리그3에서 활동하던 천안시축구단은 지난 2019년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를 유치하면서 K리그2 참여의 기회를 얻게 됐다. 천안시는 지난 2019년 8월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입장면 가산리 일원에 45만 여㎡ 규모로 기반시설과 축구장, 풋살장, 농구장, 그라운드 골프장 등의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이어 올해 6월 30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 K리그2 가입 신청을 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다. 내년 초 열리는 프로축구연맹 총회에서의 절차만 남아있다.

천안시축구단이 K리그2에 참가하게 되면서 1부 리그 승격에 대한 기대도 생겼다. K리그2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은 K리그1으로 승격되고 나머지 2, 3, 4위 등도 K리그1 하위 팀들과 플레이오프전을 치러 K리그1으로 승격될 수 있다.

내년부터 대전충남에서 활동하는 K리그2 참가팀은 대전하나시티즌과 충남아산FC, 천안시축구단 등 3개 팀으로 늘어나 지역 축구팬들의 재미를 더하게 됐다.

천안시축구단은 선수단과 코칭스텝 보강, 유소년팀 창단, 사무국 직원 추가 채용, 천안종합운동장의 시설 개보수, 새로운 엠블럼 및 CI 개발 등 프로팀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앞서 시는 축구단 승격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천안시축구단은 지난해부터 공식파트너(스폰서) 모집을 하고 있다. 공식파트너 업체는 후원 부문과 규모에 따라 차등한 프로모션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 명칭 사용을 통한 마케팅부터 중계와 언론보도에 의한 홍보효과, 굿즈판매까지 다양하다.

이를 위해 시와 축구단은 국내 시총 200대 기업과 공기업 등에 박상돈 천안시장 서한과 제안서를 발송하고 직접 기업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파트너를 발굴중이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우려도 적지 않다. 지속적인 예산확보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축구팬들과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축구 산업이 투자 없이 시장에 맡기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대전시티즌이 시민구단으로 운영하다 2019년에 하나금융으로 매각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최근 홈 경기에서 이상민의 극적인 결승 역전 골로 K리그2 플레이오프 진출에 한발 다가선 아산FC도 같은 고민을 갖고 있다. 상무축구단을 떠나보냈던 상주시가 시민구단 창단을 고민하다 포기한 것도 지탄을 받고 있지만은 않다. 오히려 잘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영표 대표가 재도약 약속에 앞서 요구한 핵심은 예산이었다. 강원FC의 경우 시민구단이지만 강원도가 매년 160억 원 정도를 지원한다. 선수 연봉 규모만 78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잇따른 악재로 강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국내 프로축구팀은 사실상 자체 수익으로 운영은 어렵다. 흥행은 여러 요소가 있지만 최우선은 좋은 경기력이다. 좋은 경기력은 좋은 선수와 좋은 감독, 좋은 프론트가 필수다. 모두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시와 축구단의 오랜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더욱 과감한 예산투자가 필요하다. 혈세를 낭비하자고 부추기고 싶진 않지만 성공을 위해선 오랜 기간 동안 과감해야 한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천안시축구단과 충남아산FC, 대전하나시티즌 팬들이 오랜 기간동안 함께 웃으며 응원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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