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30년 전만해도 국가에서는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공익광고까지 하며 산아제한을 했으나, 지금은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해 일론 머스크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 중이라고도 언급했다. 과거와 비교해도 빠른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가 건축공사나 농·어촌에서 일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국내 노동인력 연령대는 60대 이상으로 농·어촌도 마찬가지로 젊은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고령화시대로 접어들었다

필자가 운영중인 건축공사의 기본이 되는 건축설계를 하는 건축사사무소는 어떨까? 필자가 30년 전 설계를 하고 싶어 보수에 관계없이 배우고자 건축사사무소에 취직해 제도판이 있는 자리에 앉아 늦게까지 도면을 그리다 보면 뿌듯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곳에서든 건축설계직원을 구하려면 쉽지않다.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건축사가 자녀 2세와 함께 일하는 사무소가 많아지고 있으니 자의·타의적으로 가업승계가 되어가고 있다.

주변에 많은 식당도 마찬가지다. 사람구하기가 힘들어 외국인이 일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을 정도이며 아예 온가족이 동원돼 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것은 출산율 저하로 인해 학교, 산부인과, 소아병원 등 아동관련시설이 축소되거나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례해 국가간의 경쟁력 저하, 경제 위축 등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몇 년 전 베트남 하노이를 갔을 때 차 창 밖에 넘쳐나는 오토바이로 어디인가로 출퇴근하는 수많은 젊은 사람들을 보며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베트남이라는 나라의 미래가 힘차보이고 밝아 보였다. 그러하지 않은가? 유명한 관광지, 도심지, 공연장 등 사람이 모이는 곳과 공장이나 식당, 사무소 등 사람이 필요한 곳에 사람이 없다면 사회는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존 가드너 작가의 글 중에 "어떤 사회가 배수관 뚫는 일이 천한 것이라고 생각해 그 기술을 우습게 여기고 철학은 고상한 행위이니 뒤쳐짐을 용인한다면 결코 훌륭한 배관공도 뛰어난 철학자도 배출해내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처럼 사람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단편적으로 좁아지는 취업문과 불안정한 고용시장으로 취업준비생의 숫자는 86만명에 달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 절반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다. 대기업과 공무원을 선호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각자의 소질과 능력을 소멸시켜 국가의 균형발전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건축분야도 마찬가지다. 종전에는 학력에 관계없이 전공한 최종학교와 경력으로 건축사시험에 응시하지만 이제는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해야만 한다. 건축공학과는 4년제 학과로 건축물의 구조역학, 재료역학, 시공 등 기술과 관련분야에 집중하고, 건축학과 5년제는 건축물의 설계, 디자인분야에 집중하는 것으로 나눠져 있다. 그 결과 2년제 학생은 의기소침해 의욕이 없고, 4년제 학생은 적성이 맞지 않아도 바꿀 수 없으며, 5년제 학생은 어렵게 졸업하고도 건축사사무소에 일부만 본인의 전공을 살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모순된 제도는 조속히 개선되고 정비돼야 한다. 어떤 목적지를 고속도로만 이용하라 강제하면 고속도로는 만차로 인해 막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운전자는 고속도로, 국도 등을 편의에 따라 이용해 목적지에 도착하면 되듯이 사람은 일에 노예가 되지 않고 타고난 소질과 능력을 발휘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즐겁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워라밸을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안타까운 현실에서 언제나 작은 것부터 고마움과 즐거움을 느끼고 함께 나누며 자신의 타고난 소질을 잘 발휘해 소박함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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