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 (박성수 지음 / 공명 / 280쪽 / 1만8000원)
교육 담론에 대한 두번째 시리즈, 한국 공교육과 입시제도 이야기

벤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 '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 두 사람의 공통점은 세계가 인정하는 그 분야의 천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우리의 공교육에서 길러내지 못한, 알아보지 못한 천재라는 사실이다. 입시제도에 올인한 우리의'교육열'에 기댄 것도 아니었다. 허준이 교수는 공교육에서 "수학만 빼고 잘했다'고 고백해 충격을 줬다.

이 책은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될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마음과 교육 현실을 냉철하게 짚었다. 교육부에서 오랫동안 한국의 교육정책을 담당해온 저자는 한국 교육의 현주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입시제도의 진실, 학부모의 교육철학에 대해 다뤘다. 대다수 학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느끼는 것을 짚고 학부모라면 알아둘 우리나라 교육의 실상을 알려준다.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한국 공교육'의 역할과 철학, 목표는 무엇일까? 한국 교육에 의문을 던지는 학부모라면, 아이의 진정한 공부와 삶의 질을 갈구하는 학부모라면, 사교육에 노후자금을 쏟아붓지 않아도 되는 교육을 꿈꾸고 대학만이 목표가 아닌 좀 더 의미있는 수준의 공부를 공교육에 원하는 학부모라면 책을 통해 마음껏 물음표를 던질 수 있다.

'어쩔 수 없으니까!', '현실이 그러니까'라는 말로 의문을 눌러가며 아이와 공부전쟁 중인 학부모, '더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 이민을 고려 중'인 학부모, 우리의 교육환경에 불만이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 교육에 희망을 잃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또 사회 전체의 '공부신앙'에 발맞춰 아이를 대학에 무사히 입성시키기 위한 자신의 입시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에 충실히 애쓰는 대다수 학부모들의 심정을 직시하며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책에선 교육변화에 대한 모색과 더불어 무엇보다 힘줘 강조하는 것은 학부모 본연의 위치다. 학부모가 우리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우리 교육을 좌우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잘못된 명제를 위해 탄생된 잘못된 방법을 그토록 오랫동안 유지하게 두지 말자는 것이다. 교육에서는 어떤 다양한 정책 변화도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학교의 모습은 학부모의 학생 시절에서 좀처럼 앞서나가지 못했다.

많은 문제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부모는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단순한 명제 앞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내 아이를 위해', '내 아이의 아이를 위해'라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잘못된 가치를 학부모와 함께 수정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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