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닝접시를 이용해 광물과 모래를 분류해볼까요?

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옛 서부영화에서는 사금채취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넓고 살짝 오목한 접시에 모래를 푹 퍼 담아 물속에서 여러 번 찰랑거리면 모래는 없어지고 접시 위에 반짝거리는 금이 남는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그 장면을 보며 ‘모래가 어떻게 금으로 변했지?’ 라며 신기하게 여겼던 기억이 난다. 사실은 모래와 금의 혼합물에서 모래만 물에 떠내려가고 금만 접시에 남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이와 같이 모래나 흙 속에 숨어있는 금과 같은 유용 자원을 찾아내고 분리해내는 일을 ‘선광’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beneficiation’이라고 하는데 이익, 혜택을 뜻하는 ‘benefit’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즉 선광이란 어떤 자원으로부터 원하는 금속이나 광물을 분리하고 농축시켜 그 경제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물리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유용 자원을 회수하는 기술을 선광으로 분류한다. 

앞서 설명한 사금채취에 사용된 선광 기술은 서로 다른 물질의 비중 차이를 이용한 ‘비중선별’의 시초로 볼 수 있다. 모래의 주성분인 석영의 비중은 2.7, 금의 비중은 19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이들의 혼합물을 ‘패닝접시(panning)’라고 불리는 도구에 담고 물이 있는 상태에서 흔들다보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석영은 위쪽에, 무거운 금은 아래쪽에 남게 된다.

예전에는 이렇게 사람이 패닝접시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금을 얻었다면, 지금은 선광기술의 발전과 광산업의 대형화로 ‘진동테이블’이라는 장비를 사용해 대량으로 금을 분리하고 회수할 수 있게 됐다. 테이블을 여러 방향으로 기울여 금을 회수하는 위치를 조정하면서 진동시켜 가벼운 광물로부터 무거운 금을 회수할 수 있게 만든 장치다. 이 장비는 금의 회수뿐만 아니라 텅스텐을 함유한 광물과 같은 중(重)광물을 경(輕)광물로부터 분리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부유선별’ 방법 또한 광범위하게 쓰이는 선광 기술이다. 비중선별과는 달리 물질의 물리적 특성 차이뿐만 아니라 물과 친한 정도를 나타내는 소수성·친수성과 같은 화학적 차이도 활용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석탄을 모래로부터 분리하는 기술이다. 석탄의 표면은 물과 친하지 않은 소(疏)수성을 띠고, 모래는 친(親)수성이기 때문에 이들의 혼합물을 물속에 넣고 공기를 불어넣어주면 소수성인 석탄 입자는 기포에 부착되어 위쪽으로 떠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포의 생성이나 소수성 광물의 기포 부착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 알코올이나 기름을 첨가해 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자성을 띠는 광물과 그렇지 않은 광물을 분리할 수 있는 자력선별법, 물질의 전도성·비전도성 차이 또는 표면의 하전특성 차이를 이용해 분리하는 정전선별법 등이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된 광석 채굴로 천연자원의 대부분이 유용 자원의 함량이 낮아지는 ‘저품위화’가 되고 있다. 그럴수록 불순물을 제거하고 유용 자원을 분리·농축·회수하기 위한 선광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적절한 선광 기술의 적용 없이는 자원에 대한 경제적 가치의 향상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핵심광물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국내외 저품위 자원에 대한 선광 연구개발을 지속해오고 있다. 더불어 순환자원의 활용을 위해 폐배터리 및 폐가전제품과 같은 재활용 공정이나 폐플라스틱의 재질별 분리와 같은 새롭게 대두되는 분야에도 선광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신 공정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흙 속에 묻혀 있는 보물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 주변의 폐기물들을 새로운 보물로 만들어 주는 선광 기술의 중요성과 가치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시점이다.

김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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