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요 몰리며 로또 청약 속출
3중 규제 묶는 '부메랑'으로 작용
취지 좋지만 역차별 논란도 거세

맹태훈 세종취재본부장
맹태훈 세종취재본부장

199대 1, 92대 1, 164대 1….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세종 지역 분양주택에서 기록한 청약경쟁률이다. 세종 지역 집값이 지난해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잔여세대 공급의 청약 경쟁률을 들여다보면 '빙하기'에 놓인 아파트 매매시장과 상관없이 고공행진이 더욱 뚜렷하다. 3511대 1, 801대 1, 2821대 1 등 과열 양상을 넘어 이른바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처럼 집값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침체를 보이는데도 유독 청약 시장에서만 열기가 식지 않는 배경으로는 세종만의 독특한(?) 주택정책인 '전국구 청약'이 지목된다.

정부는 2016년부터 세종 아파트 청약에 있어 전국 어디서든 가능하게 문을 열었다. 아파트 청약 대상자는 해당 아파트가 건설되는 자치단체 또는 인근 지역까지의 거주자로 제한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세종의 경우 국토균형발전과 인구유입을 위해 '전국구 청약'이 가능하도록 주택공급 제도를 손질한 것이다. 현재 세종 지역에는 주택 공급물량의 60%를 세종 거주자에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40%를 우선 배정에서 탈락한 세종 거주자와 기타지역(전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공급하는 전국구 청약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행정수도 완성 등 호재와 맞물려 전국에서 몰려든 수요자로 청약에서의 불장이 지속되고 있다. 아파트 매매 가격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거나 하향 장세 상관없이 뜨겁게 유지되는 이유기도 하다. 이는 세종 집값이 완연한 하락 국면에서도 부동산 '3중 규제'를 유지하게 된 명분이 돼버렸다. 정부는 지난 6월 말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세종의 규제를 현행과 같이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세종 지역의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청약경쟁률이 여전히 높아 잠재적인 매수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세종시는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3중 규제(투기지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를 받는 지역이 됐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세종만의 '전국구 청약'이 부동산 조정기에도 규제를 풀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금리 인상 등에 따라 최근 주택 시장에서의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1년 넘게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있음에도 정부가 풀어준 청약제도로 인해 오히려 고강도 규제가 지속된다는 불만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국구 청약'은 역차별 논란도 낳고 있다. 세종 지역 거주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전국구 청약'에 따라 내 집 장만의 기회요소가 줄어든다고 수년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 앞서 언급한 1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결과, 전체 22만 843명 가운데 18만 7565명(85%)이 기타지역 청약자이다. 세종 지역 청약자로만 경쟁률을 환산하면 30대 1로 급감하게 된다. 더군다나 세종 지역의 무주택 가구 비율은 47.5%로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 서울과 대전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세 번째로 높다. 세종 지역 가구 절반 가까이가 무주택이지만 전국에서 청약자들이 몰려들며 주택 공급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바늘구멍과 같은 청약 시장에서 당첨된다 하더라도 고강도 대출규제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기만 한 은행 문턱도 고민거리로 남겨진다.

이처럼 '전국구 청약'이 본래 도입 취지와 달리 지역의 주택공급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춘희 전 시장도 정부를 상대로 해당 주택공급 제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올해 초 기타지역 비율이 50%에서 40%로 10%포인트 낮아진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높은 청약 경쟁률에 규제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장만 기회 요소도 그다지 넓어지지 않은 이유에서다. 이제 공은 정부와 최민호 시장에게 넘어갔다. 최 시장도 후보 시절부터 '전국구 청약' 제도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외지 투기 자본을 막고 지역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국구 청약'제도의 손질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 개선을 통한 무주택 서민의 보금자리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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