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항 청양·예산주재 국장
박대항 청양·예산주재 국장

가뭄이나 지진, 홍수 따위와 같이 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을 우리는 천재(天災)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일으키는 재난은 분명 인재(人災)이다.

언뜻보면 같은 불행한 변고인 것 같으나 실제로 파고들면 너무나 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관심을 끌 만한 사건이다.

시간당 최고 70mm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물벼락(폭우)에 청양지역의 한 마을 농경지가 모두 쑥대밭이 됐다.

청양군에선 이곳을 포함해 집중호우 때 일대 580만㎡ 농지의 침수를 막을 수 있도록 사전예방 차원으로 최대 80mm폭우를 대처할 수 있는 4동의 배수펌프장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번 폭우에선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으니 이런 상황을 우리는 재난을 받았다고 평할까? 아님 인재를 당했다고 논할까? 당황스럽다.

폭우가 쏟아지면 농경지에 모인 빗물을 인근 하천으로 빼내는 배수펌프장의 문은 굳게 잠겨있고 그나마 확인해 본 결과 펌프 4개 가운데 3개가 배수펌프장의 핵심 설비인 날이나 전동기가 고장 난 상태로 방치돼 있으니 농민들은 제때,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배수펌프장이 이번 피해를 키웠다며 분통을 터뜨릴 수 밖에.

비가 쏟아지자 배수펌프장으로 달려간 한 주민은 "시간당 최고 70mm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14일 새벽, 농경지에 모인 빗물을 하천으로 빼내는 배수펌프장으로 달려가니 문은 굳게 잠겨있고 근무자는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다가 겨우 일대 멜론과 수박 등 시설 하우스 340여 동이 침수된 뒤에야 나타났다.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며 "배수로에서 초당 25t 물을 펌프로 빨아들여 하천으로 내보낼 수 있는데 청양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지고 3시간이나 지나서야 가동이 시작된 배수펌프장이 무슨 역할을 한 것인지 참으로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이를 관리해야 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청양지사에선 전화 한 통도 없다가 지금 와서 심의위원회를 거쳐 피해보상을 해준다는 막막한 얘기만 하고 있어 더 이상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어 이번 상황을 관계기관의 인재로 모두 변상케 하는데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분개했다.

당일 폭우로 이 마을에서는 멜론과 수박 등 시설 하우스만 340여 동이 침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청양의 한 마을에서 이뤄진 이번 사태의 책임은 하늘일까? 아님 관리소홀과 제때 가동되지 않은 배수펌프장의 관련부서일까? 손바닥으로 하늘빛을 가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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