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성인지 예산 178개 사업 7232억1500만원…전년 대비 3.96% 증가
디지털성범죄 관련 예산은 5600만원…일부는 내년부터 주민참여예산 편성
서울 경기 인천 등은 자치단체 직접 운영 피해상담-정책제안 원스톱 진행

지난 달 29일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에서 주관하는 제1차 성인지 정책 포럼이 대전 NGO 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포럼에는 여성인권티움·여성긴급전화1366대전센터 등 유관기관 종사자와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진 등 30여명이 참석해 대전지역 성범죄 현황과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19년 말 이른바 'n번방' 사건이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인터넷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생성 거래 유포한 '디지털성범죄'의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n번방' 사건은 2020년 총선에서도 화두로 떠올랐고,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같은 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디지털성범죄 특화상담소' 등 각종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대전시의회도 2020년 10월 '대전시 디지털성범죄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대전시는 2021년 5월 '온라인시민감시단'을 구성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경기도는 지난 해 여성가족부의 '디지털성범죄 지역 특화상담소'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20년 7개 시도에서 지역 특화상담소를 시범으로 운영하다 지난해 신규 사업지 4곳을 추가했다. 대전은 지난해 신규 사업지에 응모 선정됐다. 경기도는 당시 지역 특화상담소 공모에 응하지 않은 이유로 '원스톱지원센터 안정화 집중'을 밝혔다.

실제 경기도는 지난 2020년 '경기도디지털성범죄대응추진단'을 구성하고, 2021년 2월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지원센터는 현재 디지털성범죄 피해가 접수되면 '상담·삭제·모니터링 지원-수사지원 및 수사연계-법률 지원-전문심리상담 연계-의료지원 연계'의 원스톱시스템으로 진행하는 한편 예방체계 구축과 실태조사, 정책 제안 등도 실시 중이다. 고작 '2명의 전문인력' 지원뿐인 정부의 지역 특화상담소를 선택하지 않고, 자체 센터에 집중하겠다는 경기도의 의지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반면 대전시는 어떨까. 대전시의 디지털성범죄 피해 대응은 민간 중심이다.

2020년 10월 문을 연 대전여민회 부설 성폭력상담소는 일부 '디지털성범죄' 피해상담을 진행했다. 이후 2021년 대전시가 정부의 지역 특화상담소에 선정되며, 올 2월부터 시 예산을 지원받아 '대전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전담 상담원 2명을 채용했다. 센터(지역 특화상담소)에 대한 대전시의 지원금은 올 1차 추경으로 편성된 4200만원이다. 하지만 내년에 대전시가 지역 특화상담소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상담소는 문을 닫고 계약직인 전담 상담원은 이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전시가 지난해 5월 디지털성범죄 피해 예방을 위해 만든 '온라인시민감시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6명으로 구성된 감시단의 예산은 2021년 900만원, 올 해는 1400만원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년부터는 주민참여예산으로 지원할 예정으로, 현재 관련 단체에서는 해당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안정적·지속적 사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과 관련, 대전시는 앞서 올해 주민참여예산 200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자치구와 주민자치회마다 사업 내용을 조정하는 등 반발이 큰 상황이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와 관련해 여성단체 역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운영 중인 대전여민회 관계자는 최근 대전세종연구원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가 '젠더폭력, 사후대응만이 최선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정책 포럼에서 "주민참여예산제는 1년의 한시적 사업으로 디지털성범죄 예방을 위한 안정적 지원을 하고 있지 않다"며 "대전시는 디지털성범죄 예방사업에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상을 갖고 적정 수준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성긴급전화1366대전센터 관계자도 "디지털성범죄 피해 발생시, 삭제지원은 물론 유포차단을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예산과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나아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의료비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디지털성범죄안심지원센터),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 경기(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등에서는 디지털성범죄 대응기관을 자체적으로 운영, '피해상담-삭제 및 모니터링-법률상담-수사연계-의료기관연계-실태조사-정책제안'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대전시는 지난해 말 '2022년 성인지 예산'을 발표, 총 178개 사업 7232억15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9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중 디지털성범죄 관련 예산은 '일반국민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 운영(7911만원)'이 전부고, 사업내용은 "2020년까지는 가정폭력, 성폭력 예방교육만 실시하였으나, 2021년은 4대폭력(가정폭력,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및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으로 확대 실시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결국 올 대전시의 실질적인 디지털성범죄 관련 사업은 '온라인시민감시단(1400만원)'와 '지역 특화상담소(4200만원)' 단 2개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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