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민회 디지털성범죄 상담팀장 이은주 인터뷰
"원스톱 지원체계 및 예산·행정적인 지원 절실해"

대전여민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다힘' 이은주 디지털성범죄 상담팀장.
대전여민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다힘' 이은주 디지털성범죄 상담팀장.

"대전시는 시대적 흐름에 굉장히 늦습니다. 어쩌면 그 흐름을 타고 있지 않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 지역에도 광역형 원스톱 지원체계가 절실합니다."

중구 용두동에 위치한 대전여민회. 이곳에서 디지털성범죄 상담팀을 맡고 있는 이은주 팀장은 '지자체에 바라는 점'이 있냐는 물음에 이 같은 일침을 가했다. 매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와 달리, 시의 느긋한 행정 처리 방식에 대한 답답함의 호소였다.

2020년 10월 개소한 대전여민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다힘'은 현재 일부 디지털성범죄 피해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은주 팀장은 "대전여민회가 내부적인 결의를 다진 뒤 성폭력 상담소 '다힘'을 운영하게 됐는데, 개소 당시 디지털성범죄 피해상담만 60%에 육박했다"며 "대전지역 내 디지털성범죄 피해 상담소는 아예 전무한 실정이니 특화상담소로 운영해보자는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힘'은 성폭력 상담소 미지원 기관이다. 즉 제도 내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예산을 전혀 지원받지 못한다.

다만 정부의 디지털 특화상담소 '사업'에 선정돼 단 두 명의 인건비만 간신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예산을 편성 받고 있을 뿐이다.

이 팀장은 "올해 6월까지만 해도 600건이 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상담이 들어왔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력은 두 명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시가 내년도 특화상담소 사업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상담소는 문을 닫게 된다"고 털어놨다.

만성적인 인력난·예산난에 시달리는 '다힘'은 상담 과정에서도 매번 같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특히 디지털성범죄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수사 진행 과정이 답답할 따름이다.

이 팀장은 "디지털성범죄는 피의자의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범죄 특성상 빠른 수사 진행이 관건"이라며 "단지 '빠르게 수사하라'는 조항만 있을 뿐, 압수수색 등과 같은 구체적인 수사 지침은 전무해 피해자들이 유포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지역의 디지털성범죄 지원체계와 관련 이 팀장은 '원스톱'으로 가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디지털성범죄는 중첩된 형태의 범죄로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수지만 행정 편의적인 이유로 원스톱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서울이나 인천, 경기처럼 광역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광역형 디지털성범죄 지원센터' 설립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매년 특화상담소 위탁이 아닌 사업 선정을 공모하고 있어 특화상담소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며 "결국 이는 내담자의 상담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특화상담소의 지속성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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