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자다가 자꾸 소리지르고 발길질을 해요. 그러다가 침대에서 떨어져서 다치기도 해요"라고 이야기하면서 클리닉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대부분 누군가와 싸움을 벌이거나 쫓기는 등의 불쾌한 내용의 꿈을 꾸면서 잠꼬대를 하고 꿈의 내용을 행동화한다. 그러다가 본인이 침대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함께 잠을 자는 파트너를 다치게 해서 병원을 찾아오게 된다. 요즘은 의학정보의 접근이 용이하고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 그런데 이게 치매로 갈 확률이 높다던데요…"하며 오는 환자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YES!"라고 할 수 있다.

옆 사람이 자고 있는 것을 보면 간혹 눈꺼풀 위로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목격할 때가 있다. 이 단계의 수면을 Rapid Eye Movement(REM·렘)수면이라고 하며, 낮은 근 긴장도와 활발한 두뇌 활동이 특징이다. 갓난 아이는 총 수면의 약 80%가 렘수면이며 성인은 일반적으로 수면의 약 20-25%를 차지한다. 밤시간 수면 동안 90-120분 간격으로 10-30분씩 반복되며 보통 흔히 5단계를 경험하는 렘수면 사이클을 갖는다. 렘수면 동안 뇌의 신경활동은 깨어 있을 때와 상당히 유사하나, 몸은 이완상태이기 때문에 불수가 된다. 그래서 역설적 수면(paradoxical sleep)이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렘수면 때에는 근육이 이완돼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수면 중에 꿈의 내용과 관련된 움직임을 보이는 질환을 렘수면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RBD)라고 한다. 이는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와 다계통위축증 등 신경퇴행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인구에서 렘수면행동장애의 유병률은 약 0.38-0.5%이고, 남성과 고령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나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01%로 보고돼 있다. 국내데이터도 포함된 다기관 장기 추적연구 결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연간 약 6.3%, 12년 후에는 73.5%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이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연구에서 후각장애, 변비, 색각장애, 기립성저혈압, 경도인지저하 또는 운동검사 이상소견이 동반되면 신경퇴행질환으로 이행된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렘수면행동장애가 반드시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이행된다는 것은 아닌 만큼 수면 중 소리를 지르고 주먹질, 발길질은 한다고 해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또한 이 증상이 정말로 렘수면행동장애에서 나타나는 것인지, 폐쇄성수면무호흡증 및 주가성사지운동장애 등 유사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질환인지 감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렘수면행동장애의 진단은 환자와 수면 파트너의 병력과 수면다원검사로 이뤄진다. 수면다원검사 결과 근전도에서 렘수면 시 근 긴장도의 증가가 관찰되고, 비정상적인 렘수면 이상행동이 확인된 경우에 진단 할 수 있다.

렘수면행동장애의 치료는 행동요법과 약물치료가 있다. 병인자체나 신경퇴행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렘수면행동장애 치료의 목표는 수면 중 심한 잠꼬대 또는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에 있다. 행동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 중 움직임에도 다치지 않는 수면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우선 주변에 뾰족한 가구나 넘어졌을 때 크게 다칠 수 있는 것들은 치우는 것이 필요하며 침대 높이를 낮추거나 요를 깔고 자는 것도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는 약제는 클로나제팜과 멜라토닌 등이 있다. 이 약물들은 증상을 억제하는 것이지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며, 동반된 다른 수면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고 처방 받는 것이 중요하므로 수면다원검사가 가능한 병원에 방문해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전소연 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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