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희 갤러리숨 관장
이양희 갤러리숨 관장

무심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직장에 나갈 준비를 하고 할 일을 찾아 허둥거리다가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 반성하기도 한다. '종일 한 것이 없군…' 한탄하다가 허무감과 자괴감으로 잠 들지만 보통은 다시 잊고 일상에 매몰된 그럭저럭한 시간을 또 보낸다.

우리는 이 세상이 아무렇지도 않게 굴러가는 듯 여기지만 매우 규칙적이고 과학적이며 원인과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 때때로 인생의 부조리함에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 부조리함보단 자연의 절대적 운용법칙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절대적인 시간과 상대적인 공간의 틈바구니 안에서 끼워져 있는 인생의 몸부림은 각각 사람에 따라 다른 모양들을 하고 있다. 절대적인 시간과 지리적·물리적 환경 안에서 그럭저럭 순응하며 사는 평범한 삶도 있지만 우리는 늘 도약과 성장을 꿈꾸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갈구하는 욕망을 대부분 의견으로 수용한다. '수용된 욕망은 어떻게 완성돼 갈까'라는 물음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옛말에 퍼런 감은 떫고 노란 포도는 시어서 아무도 쫓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서늘한 기운과 폭풍을 버티고 작렬하는 햇살을 견뎌야 단 열매가 되듯이, 우리의 인생도 모든 절대적인 시간을 가로질러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상대적인 공간은 변화무쌍으로 나를 흔들고 실험할 것이다.

운명적 절대적 시간을 거슬러 도약하는 힘은 상대적으로 변화와 부조리가 가득한 세상 속에 있다. 자연의 절대 법칙은 거스를 수 없으나 우리가 스스로 운명의 주인공으로 나의 환경에 매몰되지 않고 나를 인간으로 성장시키고 세상의 관계 속에서 성공하거나 조금 더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이끄는 힘은 바로 사람 사는 세상 이곳, 세상의 관계와 나의 마음 안에서 작용이 가능한 것이다.

흔히 잠룡(潛龍)이라는 말은 정치 세계에서 대권(大權)을 꿈꾸는 예비후보를 통틀어 쓰이는 말로 알고 있지만 잠룡의 시절이란 인격이나 자격을 갖추지 못한 혼돈의 시절을 말한다. 아직은 쓸 곳이 없음으로 쓰지 말라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 개인에게도 잠룡의 시기가 있어 두루두루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는 지혜와 그에 합당한 공부가 수행되지 않으면 우리가 하려는 모든 일들은 떫은 감이 되어 결실을 얻어내기 힘들다.

잠룡의 시간 동안 스스로 성장하는 지점을 찾아 갈고 닦은 사람만이 현룡(見龍)으로 드러난다. 스스로 인생의 성장점을 찾아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해결해 본 삶은 지혜로 드러나며 인격으로 완성된다.

운명적인 시간의 절대성 안에서 활동의 공간을 확보하고 그 환경을 이로움으로 채울 때 좋은 인생이 되고 좋은 관계가 되며 현현하게 드러나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힘을 얻는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우리는 노력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 의지는 안으로부터 시작되는 힘이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무한함을 발견해 현실 속에서 창의를 발휘하여 고유한 자신을 완성할 때 비룡(飛龍)이 되어 날개를 펼친다. 그 비룡의 힘은 본인의 노력과 용기로 비상하기도 하지만 그 닐개짓을 돕는 사회의 인정, 주변인의 응원 속에서 더 크게 비상한다.

어렵고 세월이 혼탁할수록 잠룡이 현룡인 듯 어설프게 스스로를 과신한다면 실패와 나락의 길이 자명하다. 절대적인 시간을 이기는 비기는 결국 우리 자신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용기 노력 꿈꾸는 희망을 끄집어 내는 능력, 누구에게나 주어진 평등한 조건이고 방책이다.

이양희 갤러리숨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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