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작가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출간

성해나 작가가 자신의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을 읽고 있다. 사진=박하늘 기자

[천안]"더디고, 때때로 지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같이 하는 게 더 좋다고. 느리지만 하나 하나 일궈가는 즐거움이 있다고"

성해나 작가(29)의 단편 '당춘' 중 영식 삼촌이 조카들에게 농촌에서 노인들에게 새로운 문물을 가르치며 함께 살아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성 작가는 세대와 이해를 담아내려는 자신의 소설관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이 문장이라고 소개했다.

성해나 작가의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이 출간됐다. 성해나는 문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신인 작가다. 그는 서울예대 재학 시절부터 계명문화상 대상, 한겨레 손바닥문학상 대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받았다. 졸업 직전 2019년 1월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등단작 '오즈'를 비롯해 2015년부터 천천히 써 온 단편소설 8편이 담겼다. 소설집의 제목인 '빛을 걷어내면 빛'은 차도하 시인의 시 '조찬' 중 "빛을 걷어내면 또 다른 빛이 있다"란 시구에서 따왔다. 소설에 담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빛'과 닿아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만큼 그의 작품들은 밝다. 작품의 행간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흐른다. 그는 "우린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서로 애정하고 관심을 가지는 부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작품을 준비하면서 나누지 말고 서로를 한 몸처럼 보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것이 문학"이라고 강조했다.

소설집 속 밝은 작품들과 달리 성 작가는 책 출간 전까지 긴 슬럼프를 겪었다. 등단 후 첫 책이 나오기까지 3년 반이 걸렸다. 그는 "많은 준비를 하고 작가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기반 없이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경험을 쌓는 순간이 길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문예지들의 줄 지은 폐간으로 신인작가를 위한 지면이 줄어드는 현실도 힘들었다. 그는 "어떤 작품을 쓸지는 있는데 찾아주는 매체는 없었다"며 "신인작가는 좋은 지면을 많이 만나 독자들과 낯을 터야 한다. 지면에 소개가 안되면 낯선 작가가 돼 버린다"고 했다.

출간 후 그의 책에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는 한 독자의 "성해나는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람을 깊이 보고 적어내는 작가가 아닐까"라는 말에 자신의 소설관에 확신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등단 후 서울에서 내려와 부모님을 따라 천안 불당동에서 지낸다. 소설이 써지지 않는 날이면 천호지와 천안시민체육공원을 거닌다. 진천의 이팝나무길도 그가 좋아하는 장소다. 소설 속에 충남은 곳곳에 녹아있다. 성 작가는 "쉽고 가볍게 읽히되 사유가 부족하지 않은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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