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기 한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홍기 한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늘날 국제경제환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격동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범, 미-중간 패권경쟁,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과 재편, 에너지 및 식량위기,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위기 등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제경제환경의 변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 비용이 가장 낮은 지역에서 생산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하던 글로벌화는 크게 후퇴하고, 비록 비용이 더 들더라도 자국에서 생산해 장기적으로 자국의 영향력을 키워 안정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향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소위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분업과 협업을 강화해 경제안보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의 축은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의 시장자본주의 진영과 중국의 국가자본주의 진영 간 치열한 패권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자본주의,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라는 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 모두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는 국가자본주의적 경향의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경제시장에 큰 영향을 받는, 즉 수출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경제다. 물론 외국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가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GDP 대비 수출입 의존비율이 80%를 넘는 국가는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러한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세계경제가 안정적이고 자유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최근 국제경제는 자국우선주의에 의해 세계화 후퇴가 진행되면서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패권경쟁의 주체는 안타깝게도 우리가 수출입에서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이다. 또한 수출과 수입을 보면 GDP 대비 중국의 수출입의존도가 47%에 이르러 중국의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실정이다. 이는 중국의 사정이 우리나라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중국리스크에 직면해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과거엔 안보는 미국이고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이라는 입장을 취하곤 했지만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첨단분야에서 기술력을 압도하고 있으며, 우리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들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확보 체계를 서두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반도체 공급망, 소위 칩4(chip four) 논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대만, 일본이 함께 반도체공급망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지만, 지난번 강릉 한국경제학회에서 모인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오히려 칩4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우리의 이익을 반영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특히 chip4를 통해 중국의 보복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중국의 보복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상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소규모개방경제다. 따라서 국제경제질서의 변화를 직시하며 우리의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윤석열 정부가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자유를 기반으로 한 민간주도경제를 주창하고 있지만 세계경제는 시장보다는 국가가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국가주도형 자본주의로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민간주도를 통한 활력이 넘치는 경제도 매력적이지만 국가가 제 역할을 해야, 민간·산업도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새정부의 국제경제환경변화에 대한 철저한 인식 하에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안목을 기대한다.

김홍기 한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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