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인 토사구팽 닮은꼴
중앙무대 청년 설자리 없어져
보여 주기식 정치 문화 변해야

곽상훈 남부지역본부 부국장
곽상훈 남부지역본부 부국장

청년 정치인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청년 정치인이 내 팽개쳐지고 있다는 게 옳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우리는 청년 정치인이 기성 정치에 내몰리며 사라지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6월 '0선에 30대 대표' 신드롬을 일으키며 당을 위기에서 건지고 국민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정치권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청년 정치의 표상처럼 여기며 떠받들더니 대통령 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당내 권력다툼을 보면서 적잖은 실망에 빠진 국민도 많을 것이다.

정권 교체를 이뤄낸 당 대표가 성과를 인정받고 추앙받기도 전에 대표직을 박탈당하는 불명예를 겪은 사건은 정당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당 안팎에서 당을 위해 헌신한 젊은 당 대표를 토사구팽 하는 상황은 당의 변화를 바랐던 청년 당원뿐 아니라 기성 당원들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준 것만은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야당에서 젊은 당 대표를 잘 이용해 먹고 헌신짝처럼 버리기도 했다고 비아냥거렸을까.

젊은 당 대표인 이준석이 정치 성향을 떠나 국민의힘 변화의 중심에 서 많은 것을 바꾼 것은 모두가 공감한다. 20-30대 젊은 보수층 결집을 통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일궈낸 것이 가장 큰 역할이었을 게다. 당내 사정을 제쳐두고라도 정권 교체란 큰 성과를 이룬 청년 당 대표를 당에서 쫓아내다시피 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녕 청년 정치인이 설 자리는 과연 없는 것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준석이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그 주변 인사들에 대한 공격 수위를 끌어올리며 장외 여론전을 벌이는 것을 탓 할 일만은 아니라는 반응도 꽤 있다. 가뜩이나 튀는 스타일 때문에 대표직에 있을 때도 적잖은 지적을 받아온 터에 자신의 불명예 퇴진을 만회하기 위한 튀는 행보는 계속될 거란 게 대체적이다.

급기야 그저께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도 속고 자신도 속았다'며 공세 수위를 높여 가는 것만 보더라도 자신의 명예회복 차원에서 자기 방어권 행사는 더욱 짙어질 거란 전망이다. 이런 때문에 이준석이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당내외 평가와 반응이 엇갈리면서 여권 전체에 혼란상을 가져다 줄 게 불 보듯 뻔해 진중한 행보와 평정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두 달 전 국회를 먼저 나온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준석과 닮은꼴이다. 그가 제시한 혁신안이 오히려 당 내홍을 불러왔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전당대회 출마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여의도를 떠나 작금의 청년 정치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사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준석과 박지현은 정치권이 강조해온 자당 혁신을 꾀할 때 내쳐진 점이 공교롭게도 겹쳐져 여야를 떠나 청년이 정치권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호사가들 사이에선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떠밀리듯 내쫓긴 동병상련의 청년 지도자 두 사람이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신당을 만들어 기성 정치에 본떼(?)를 보여 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정치무대에서 사라지거나 사라질 이준석과 박지현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청년 정치의 퇴보는 보는 것 같아 안쓰러울 뿐이다.

이런 부작용을 끊어내기 위해선 기성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함은 당연하다. 임명 중심의 청년 정치는 이제 그만하고, 능력을 통해 선발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새롭고 좋은 정치인들이 유입될 수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더 당연하다.

날이 갈수록 청년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이 줄고 있다. 스스로 청년 정치인을 자부하는 사람들 중 청년정치를 하는 사람은 드물다. 되레 청년이 청년 정치를 외면할 정도다. 청년들을 잘 대변하고 청년의 삶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정한 청년 정치인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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